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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부동산 ‘벼락거지’가 안 되려면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이 있다. 정부 정책 신뢰도에 따라 그 심리는 극과 극으로 출렁이곤 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에 의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으므로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고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신뢰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신뢰도는 낙제점에 가깝다. 8·2(2017년), 12·16(2019년), 7·10(2020년) 2·4(2021년) 대책 등 20여 차례의 수많은 대책은 믿음을 얻지 못했다. 불안감은 치솟았고 그 결과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정책 효과가 없다는 것이 시장에서 증명되면서 부작용만 속출했다. 집값 안정화에 번번이 실패해 ‘정책으로는 집값을 못 잡는다’는 학습 효과까지 생겼다. 불신이 팽배하다 보니 거듭되는 집값 고점 경고는 먹힐 리 만무했다.

“그동안 안정세였던 부동산 가격이 보궐선거 이후 수급보다는 호가 중심으로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5월 24일)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6월 30일)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향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는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7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들어 부쩍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라는 경고 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부동산 사지 말라고 할 때가 적기 매수 타이밍이다’ ‘풀매수 신호다’라는 비아냥만 쏟아진다.

지난해 7·10 대책 발표 때 홍 부총리는 “내년(2021년) 6월 1일까지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은 기존보다 10% 포인트 인상하고, 2년 미만의 단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담도 20~30% 상향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약 11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의도했던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와 집값 하락 효과는 없었다. 세금 인상에도 다주택자들은 버티기를 선택했고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매물 잠김은 더 심해졌다.

집권 여당은 지난해 7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부작용에 대한 깊은 검토 과정을 생략하고 순식간에 밀어붙였다. 시행된 지 1년 만에 나타난 통계를 보자.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후 1년간(2020년 7월~2021년 7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평당)은 28.2%다. 전년 같은 기간(2019년 7월~2020년 7월) 상승률 9.4%의 3배다. 서울 노원구는 임대차법 시행 이전 3%에 불과하던 평당 전셋값 상승률이 임대차법 시행 이후 30.2%나 올라 무려 10배 이상 뛰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사람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모든 희망을 포기하게 한다”며 “그 여파는 정부의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 없는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을 일컫는 벼락거지를 ‘Overnight Beggars’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역대 정권마다 근시안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 나설 후보마다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각 대선 후보의 정책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대 현안인 부동산은 특히 그렇다. 수십만 채를 지어 싸게 나눠준다는 식으로 표에 영합하는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눈을 부릅떠야 한다. 부동산 벼락거지가 안 되려면.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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