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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풍경화] 2차까지 맞은 사람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요즘 단골손님들과 자주 나누는 대화는 “맞았어요?”다. 백신 주사를 맞았느냐, 맞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 말이다. 그것은 ‘식사하셨습니까?’라거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물음과도 같아, 코로나 시대에 안부를 주고받는 흔한 인사말이기도 하다. 맞았다는 손님에게는 무슨 종류로 맞았는지 묻고, 후유증은 없었는지 살핀다. 아직 안 맞은 손님은 “괜찮았어요?” 하면서 ‘경험자’인 나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묻는다.

하루에도 숱한 손님을 접하는 편의점 종사자라는 이유로 나는 서비스 업종 가운데 가장 먼저 백신을 맞게 됐다. 지난달 1차 접종을 했고, 어제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어제 오전, 마치 출국장 앞에 선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마냥 당당하게 예방 접종 센터로 향했다. “사장님, 파이팅!” “잘 맞고 와요.” 직원들은 유난스러운 목소리로 응원했다. 접종을 마치고 왔더니 이번에는 “어땠어요?” “2차가 더 힘들다는데, 괜찮아요?”하면서 어릴 적 ‘불주사’를 맞던 추억처럼 나를 에워싸고 물었다. 주사 맞은 지 30분밖에 안 됐는데, 후유증은 어찌 아니?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이 넘는다고 하고, 연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운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백신 접종률이 1차 기준 70%를 넘었다는 소식도, ‘위드 코로나’니 ‘단계적 일상 회복’이니 하는 용어도 들리고, 어쨌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하나하나 정상을 찾아간다는 느낌에 자영업자로서는 눈물겹다. 마스크를 벗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다시 막이 올랐다는 바다 건너 뉴스를 들으면서 ‘우리도 곧’이라는 설렘에 떨린다. 지난 2년 가까이 어떻게 버텨온 삶이던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일상에 이런 희망이라도 있으니 오늘을 견딘다.

저녁에 직원들이 카톡으로 또 묻는다. “괜찮아요?” “열은 없어요?” 아, 귀찮아. 너희에게 답장하느라 더 바쁘고 힘들다. 가벼운 익살을 부린다. 1차 때는 접종 부위가 욱신거리고 이틀간 팔을 움직이기 곤란할 정도더니 2차 때는 오히려 멀쩡하다. 그래도 최대한 안정을 취하면서 침대에 기대 답장을 보냈다. “세상은 말이야, 1차만 맞은 사람과 2차까지 맞은 사람으로 나뉘는 법이야!” 흥, 칫, 뿡, 하면서 비웃는 이모티콘이 날아든다.

다음 주엔 직원들도 줄줄이 2차 접종을 완료한다. 그리하여 우리 편의점은 접종률 100%를 이루게 된다. 어서 빨리 ‘대한민국 접종률 100%’ 소식도 들렸으면. 물론 누군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고, 또 아직도 걱정하는 시선으로 백신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끔찍한 지난 2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뭐가 됐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정부에서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백신 접종 다음 날 유급휴가를 비정규직 알바생에게도 줄 수 있도록 자영업자를 지원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백신 맞고 아픈 것이 정규직이나 대기업 근로자에게만 찾아오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래저래 ‘없는 자’들은 서글픈 세상이지만 어쨌든 이 고통을 매듭짓기만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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