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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오징어 게임과 토끼몰이 정책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핫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릴 적 놀이의 추억이 공포로 바뀐 데 있는 것 같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참가자들은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술래인형의 시선에 걸려들면 여지없이 총살당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람만 살아남는다. 최종 승자의 상금 456억원은 사채업자에 신체포기 각서를 쓸 정도로 삶을 거의 포기하고 참가한 사람들의 목숨값이다. 게임을 기획한 참가자 1번 노인은 죽음 직전 주인공 456번을 만나 돈이 너무 많아 사는 게 재미가 없어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토로한다. 참가자들은 노인의 무료를 달래기 위한 노리개가 된 셈이다.

요즘 이웃 나라 중국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부 정책은 오징어 게임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파산 위기보다 세계 경제를 더 위협하고 있는 중국의 전력 대란 사태를 보자. 주 수입원인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석탄 수입이 줄어든 탓도 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작년보다 3% 줄이라고 하달한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가 그것이다. 중국 동북3성 지역의 대규모 정전을 비롯한 전력 공급 부족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늘어난 상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더 돌린 지방정부들이 3%룰을 맞추기 위해 전력 스위치를 내리면서 발생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상반기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광둥, 장쑤, 칭하이, 푸젠, 윈난 등 7개 성급 지역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밀린 숙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헝다 사태로 가뜩이나 초조해진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아 전력난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계획경제하의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맞아 외국인들에게 청명한 베이징 하늘을 보여주고자 하는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선의의 정책’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바람에 피해의 몫은 공장 가동이 멈춰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농민공 등 취약계층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한국에선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선의를 이행하느라 금융기관들의 밀린 숙제가 한창이다. 지난해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맞추라는 금융위원회의 대출 총량 가이드라인이 술래인형의 시선처럼 금융기관을 옥죄고 있다. 이미 증가율 7%를 넘긴 농협은행을 비롯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맞추느라 가계대출을 제한하고 있어 당장 청약 아파트 중도금 등이 필요한 실수요자마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문제 발생 시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옥석을 구분하는 장치를 보완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금융 당국이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보다는 상환 능력에 따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갈수록 더욱 강화하려 하는 걸 보면 토끼몰이식 정책에만 몰두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임대차 3법 부작용 등 정부의 정책 실패로 야기된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주먹구구식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정책에 몰두한 나머지 신용등급을 근간으로 이뤄지는 금융 원칙마저 자꾸 왜곡되는 건 아닌지 차제에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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