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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가수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홀로그램 콘서트의 힘

조수미 ‘홀로그램 미니콘서트’
김광석 등 홀로그램으로 되살아 나
70대 ABBA,전성기 모습으로 복귀

예술의전당은 음악당 지하 1층에 개관한 홀로그램 전용관에서 실감형 콘텐츠 ‘조수미 홀로그램 미니 콘서트- 빛으로 그린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드라마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 등 조수미의 대표 레퍼토리 3곡이 17분간 공연된다. 전용관 내부는 프로젝션 맵핑 방식의 다채로운 미디어아트로 채워진다. 사진은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1층에선 지난달 18일부터 소프라노 조수미가 드라마 명성황후 OST ‘나 가거든’을 비롯해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 등 대표 레퍼토리 3곡을 부르는 미니 콘서트(17분)가 하루 17회 열린다. ‘조수미 홀로그램(Hologram) 미니 콘서트- 빛으로 그린 노래’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조수미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로 6m 세로 17m 높이 3.6m의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홀로그램 콘서트는 음향 효과와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3D 입체음향 시스템을 채택했다. 프로젝션 맵핑 방식의 미디어아트로 사방의 벽면을 채워 보는 재미를 더했다.

조수미 홀로그램은 걷거나 춤추는 등 입체감 있는 국내외 최근 홀로그램과 달리 움직임이 적다. 세 곡을 부르는 동안 각각 구름, 꽃밭, 나사못 더미에 서 있어서 드레스 아랫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적은 예산과 좁은 공간 때문에 홀로그램이 정교하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홀로그램은 어두울수록 입체감 있게 보이는데, 미디어아트를 추가하면서 밝기를 많이 낮추지 못했다”면서 “이번 콘서트는 지역 문화회관에서도 볼 수 있도록 설치와 복제를 쉽게 만든 ‘보급형’”이라고 말했다.

홀로그램은 두 개의 빛이 만났을 때 서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간섭 효과를 이용해 만든 입체 이미지를 가리킨다. 홀로그램이 공연 분야에서 활용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기술적으로는 관객들이 무대 위에 설치한 투명 스크린에 반사된 영상을 보는 ‘유사 홀로그램’인 게 특징이다. 즉 3차원 공간에 나타나는 홀로그램이 아니라 2차원 비디오 프로젝션인 ‘플로팅 홀로그램’(Floating Hologram)이다. 플로팅 홀로그램은 스크린에 떠 있다는 특징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2007년 홀로그램 콘서트의 발전을 촉진하는 놀라운 이벤트가 나왔다. 미국 ABC 예능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6이 방송한 셀린 디옹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듀엣 무대다. 이 무대는 플로팅 홀로그램을 통해 죽은 사람을 실물처럼 다시 무대 위에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람이나 사물에 센서를 달아 그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상 등으로 재현하는 모션 캡처 기술은 대역 배우와 가상 캐릭터의 융합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즉 죽은 사람의 생전 동영상을 활용해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캡처한 뒤 반복 작업하면 입체적인 이미지가 생긴다. 여기에 대역 배우의 움직임을 캡처한 것과 섞으면 더 사실적인 홀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2012년 미국의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과 2014년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각각 선보인 래퍼 투팍(1971~1996)과 마이클 잭슨(1958~2009)의 홀로그램 특별 공연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후 홀로그램 콘서트가 잇따를 듯했지만 기술을 가진 회사 간 특허권 소송, 홀로그램 회사와 죽은 스타의 유산 관리인 사이의 수익 배분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체됐다.

1996년 별세한 김광석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2016년 국내에서 진행됐다. 뉴시스

대신 아시아에서 상업적인 홀로그램 콘서트가 차례차례 등장했다. 일본에서 홀로그램 콘서트의 확산에 기여한 것은 ‘디지털 아이돌’로 불리는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다. 하츠네 미쿠는 2009년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하며 인터넷을 넘어 현실세계로 발을 넓혔다. 한국에서는 그룹 동물원이 2010년 콘서트에서 고 김광석을 홀로그램으로 잠깐 등장시켰지만,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스타 아이돌의 홀로그램에 적극적이었다.

SM은 2004년 보아, 2008년 동방신기의 일본 투어에 홀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2015년엔 소속 가수의 인기곡으로 만든 세계 최초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브 오즈’를 선보였다. YG는 2013년 7월 에버랜드에, 2014년 1월엔 동대문에 홀로그램 상설 공연장을 개관한 뒤 싸이와 빅뱅 등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홀로그램 콘서트 인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2016년 김광석, 2017년 신해철, 2018년 유재하 등 세상을 떠난 스타 가수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꾸준히 열리고 있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2018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 투어를 했다. 베이스 홀로그램 페이스북

세계 최대 공연 시장인 미국에서 홀로그램 콘서트는 한동안 주춤했지만 2017년부터 다시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LA에 홀로그램 전용극장이 개관하는가 하면 빌리 할러데이, 로이 오비슨 등 전설적 가수들의 홀로그램 투어가 잇따라 열렸다. 2018년에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홀로그램 콘서트 투어가 열려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2019년 미국과 영국에선 홀로그램 콘서트에 대한 논쟁도 펼쳐졌다. 윤리적 문제도 제기됐다. 죽은 스타가 홀로그램으로 부활하는 것을 과연 원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죽은 스타 가수의 홀로그램을 ‘유령 노예’라 표현했다.

도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홀로그램 콘서트의 사업 전망은 밝다. 2019년 6월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잡지 패스트 컴퍼니는 ‘홀로그램 콘서트 혁명’이라 부르면서 “이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선 유명 스타가 별세한 후에도 얼마든지 연예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ABBA는 해체 39년 만인 올해 11월 새 앨범을 발표하고 내년 5월부터 영국 런던에서 홀로그램 콘서트를 연다. ABBA 페이스북

죽은 스타 가수 중심이던 홀로그램 콘서트 시장은 다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설적인 그룹 ABBA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1972년 결성된 ABBA는 멤버였던 두 쌍의 부부가 이혼하면서 82년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ABBA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와 동명 영화가 성공하는 등 시간이 흘러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ABBA는 해체 39년 만인 올해 11월 새 앨범 ‘보이지’(Voyage)를 발매하고 내년 5월부터 영국 런던에서 콘서트를 장기간 열기로 했다. 현재 70대인 멤버들이 아니라 1979년 전성기 모습의 홀로그램으로 등장한다.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근처에는 특수장비와 설계가 반영된 3000석 규모의 전용관이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뉴욕타임스는 ‘나이든 뮤지션은 절대 죽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홀로그램이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ABBA의 홀로그램 복귀 소식과 함께 음악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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