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산다… 2030은 왜 서울 아파트 영끌하나 [스토리텔링경제]

7월 서울 매매거래 44.8% 차지
전방위적 대출 규제도 불신 초래

한국부동산원은 추석 연휴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의 영향으로 9월 넷째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0.34% 올라 지난주(0.36%)보다 상승 폭이 0.02% 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가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줄지어 입점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잇따른 ‘집값 고점론’ 경고와 가계대출 억제 등 압박에도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행렬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가격 상승 피로감과 부동산세 부담 강화로 전체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수자 중 20·30대의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1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40·50대보다 구매력이 약한 20·30대가 서울 아파트 매수 시장의 ‘큰손’이 된 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가점제 중심의 청약 제도와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20·30대의 불신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크다. 20·30대가 주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 불패(不敗)’가 이어져 아직 ‘하락장’(불경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4646건 가운데 20대 이하와 30대가 매입한 거래가 2082건에 달했다. 전체 매수자 중 44.8%가 20대 이하와 30대의 거래다. 특히 30대 매수자 비율은 39.5%로 40대(25.9%)보다 13.6% 포인트나 높았다.

2년 전인 2019년 7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매매 중 매수자가 40대인 거래는 29.0%로 30대(28.8%)보다 많았다. 2019년 12월까지만 해도 전체 매수자 중 30대와 40대의 비율은 달마다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지난해 1월부터는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30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체 3%대 수준에 머물렀던 20대 이하 매수자 비율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올해 들어 5%대를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20대 이하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월 44.7%를 찍으며 처음 40%대를 돌파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초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받기 전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며 추격 매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7월 20·30대의 아파트 매수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현 정부에서 가점제 위주로 재편된 청약 제도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대가 당첨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가점제 일반공급이 아닌 특별공급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바늘구멍’이고 그마저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조차 안 나오는 게 현실이다. 목돈이 부족한 20·30대로서는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때 기존 주택을 매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올해 초 결혼과 동시에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청약은 희망 고문에 가까운데 머뭇거리다가 집값이 더 오르면 그때는 아예 집을 살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가점제 청약에다 대출마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집값은 계속 오르는 등 여러 요인이 20·30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이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투기꾼 취급한 것이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잇따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점 역시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를 매수한 직장인 이모(34)씨는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던 때에 정부가 LTV(담보인정비율)를 축소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를 살았는데 그 2년 사이 집값과 전셋값이 ‘억 소리’나게 올랐다. 그런 일을 두 번 겪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30대가 40대 이상 세대와 달리 주택시장 불경기를 경험하지 못해 추격매수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전직 공인중개사는 “집값이란 게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다. 과거에 집값이 30%씩 떨어진 단지도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최근 젊은 세대의 추격매수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보다 부동산 관련 데이터나 콘텐츠 접근이 쉬워지면서 20·30대가 서울 아파트의 ‘하방 경직성’에 주목한 것이 적극적 매수로 이어진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경기 때 낙폭이 활황기 때 상승 폭보다 작다는 걸 인지하고 투자 개념으로 매수했다는 얘기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4.6%)뿐이다. 반면 이듬해인 1999년(12.5%)을 비롯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한 해는 1988~1990년, 2001~2003년, 2006년, 2018년, 2020년까지 10개년에 달한다. 올해도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이 11.6%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30대 입장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하락장 걱정보다는 당장 눈앞의 상승장에 참여해 ‘벼락 거지’가 안 되는 게 더 중요하기에 과거와 달리 여력이 있으면 집을 바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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