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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받은 과한 관심 독이었지만, 이젠 맞설 것”

유럽서 큰 시련 겪고 전북 입단 후 태극마크 백승호 인터뷰

전북 현대 미드필더 백승호가 지난달 18일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1대 0 승리한 뒤 카메라를 향해 양 손 엄지를 치켜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백승호는 이 경기에서 후반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결승골을 득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백승호의 이력은 만 24세 나이에도 부침이 심하다. 어릴 적 그는 스페인 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의 ‘한국인 유소년 3인방’으로 꼽히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1군 데뷔에 성공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 스페인과 독일 2부 리그에서 뛰었다. 국내 복귀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고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한국에 돌아온 가장 큰 목적마저 이루지 못했다.

요즘 그의 축구는 다시 꽃피우고 있다. K리그1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 미드필드 중심축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고 선수경력 첫 우승을 노리는 중이다. 최근 여세를 몰아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된 그는 4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기다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향한다. 강원전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사실 명단 발표 때는 자고 있었어요. 정말 몰랐거든요.” 벤투 감독이 지난달 27일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이란전 소집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그가 뽑힐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여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을뿐더러, 성인 대표팀에 불린 것도 2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먼저 소식을 접한 부모님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됐다”며 소집 소식을 알렸다.

어릴 적부터 해외 생활을 한 선수에게 가족의 희생과 헌신은 필수적이다. 백승호와 그 가족에게 이번 대표팀 발탁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전주시내에서 자취하고 있지만, 4일 전주에서 NFC로 향할 때 그는 부모님과 동행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미국에 떨어져 지내는 다섯 살, 일곱 살 차이 누나들도 막둥이 동생에게 축하를 보내줬다.

가장 감개무량한 건 당사자다. 그는 “어릴 적 연령별 대표팀에 갔을 때, 한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 중 잊히지 않는 게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감독님이 ‘여기 선수들이 다 국가대표 되는 게 아니다. 가더라도 한두 명 갈까말까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보면 그때 함께 뛴 선수가 대표팀에 거의 없다. (대표팀이) 그렇게 뽑히기 어려운 무대라는 걸 체감한다. 그래서 의미도, 느끼는 바도 크다”고 했다.

그가 긴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가장 큰 동기는 올림픽이었다. 백승호는 “한국에 온 이유 70~80%는 올림픽이었다”고 했다. 에이전트가 유럽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며 반대했지만, 그런 위험도 무릅쓸 만큼 중요한 목표였다. 그는 “경기를 뛰면서 (기량을) 보여주려고 돌아온 건데 (올림픽 선수단에 들지 못한 게) 너무 아쉽고 힘들긴 했다”고 복기했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 겪은 어려움이 제자리를 빠르게 찾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단련돼 있었던 셈이다. 그는 “유럽에서 워낙 경기도 못 뛰고 명단조차 못 올랐던 시기가 길었다. 그때 스스로 힘들어해봤자 도움이 안 됐다”며 “바로 받아들이고 빨리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괜찮은 경기도 나왔다”고 했다.

백승호는 요즘 인터뷰에서 ‘형들의 배려’를 자주 언급한다. 유럽 생활을 하며 겪어보지 못한 따뜻함을 팀에서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는 “유럽에 있을 땐 많이 외로웠다”며 “그때 어려움이 전북에 와서 해소되는 게 있다. 365일 한국말을 하는 자체가 그렇다”며 웃었다.

어린 시절 백승호만큼 관심을 많이 받은 선수는 많지 않다. 언론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응원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다. 당사자로서 느낀 점을 묻자 인터뷰 내내 나이에 비해 차분하고 조심스럽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스페인에서 뛸 때는) 기사가 나더라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받은 관심이 성인이 되니 마지막엔 적으로 돌아왔다. 기대를 받지 않던 선수라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라고 했다.

“어린 선수에게 과한 관심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그는 “지금 저도 잘하고 있는 건 아니다.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한다”며 “어릴 때 아무리 잘해도 결국 성인이 돼 어떻게 잘하느냐가 결과”고 했다. 어린 나이부터 과한 관심을 받다 보면 선수로서 금방 대단한 성취를 내놓지 못했을 때 몇 배 심한 비난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는 “어릴 땐 적당한 관심과 응원이 좋다”고 했다.

대표팀은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자리다. 성장한 백승호는 그런 부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그간 대표팀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며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보곤 했다. 그는 “출전이 보장된 게 아니니 일단 기회를 받도록 잘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며 “2선이든 3선이든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간 믿고 응원해준 팬들 덕에 열심히 뛰었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좋은 일도 생겼다. 앞으로도 응원해주시면 준비 잘해서 경기장에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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