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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인도까지 번지는 에너지대란… 인플레 공포에 기름 붓는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요증가에 따른 병목현상과 탄소중립 정책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천연가스 공급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을 야기한 석탄부족 사태가 ‘아시아 경제 3위’ 국가 인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에너지 부족 도미노 왜?

영국에서는 군병력까지 투입할 정도로 코로나19 봉쇄조치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야기된 외국인 트럭운전사 부족 때문에 주유대란을 겪고 있다. 영국내 주유소 10곳중 3곳의 재고가 바닥났다.

여기에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7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럽지역에 풍력발전을 수출해 온 아일랜드의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잦아드는 바람에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증가를 부추기면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천연가스 사태는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수요는 늘고 생산이 줄면서 에너지 등 자원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또 국제원유가격까지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7일 브렌트유 가격이 40일만에 24%나 오르면서 3년만에 배럴당 80달러를 터치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A)는 올 겨울 한파가 닥칠 경우 100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4일(현지시간) 생산량 증대 논의에 들어가는 OPEC+ 회의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지 주목된다.

에너지대란, 퍼펙트스톰 진원지되나

문제는 코로나 병목현상 와중에 그린플레이션 속도와 범위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무원이 올해 초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지난해보다 3% 줄이라고 하달한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 방침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 역시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면서 불거졌다. 호주와의 외교갈등 등으로 인한 석탄 수입 중단도 원인이지만 수입 의존도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보다는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늘어난 상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더 돌린 지방정부들이 연말까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전력 공급을 차단하면서 벌어졌다. 중국정부는 2016년부터 석탄수요 억제를 위해 탄광 조업일을 연 276일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으며 연간 8억t 가량을 생산하는 노후 석탄광산폐쇄를 추진했다. 이에 수요(연간 42억t)가 생산량 목표량(39억t)을 초과하는 구조가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각 지방정부가 전기료를 석탄가격에 연동해 올리도록 하는 생산증대 계획을 발표했다. 또 연료탄, 천연가스 수입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키로 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규 석탄 생산 계획 등이 단기내 공급난을 해결하기 어려우며 목표 달성에 최소 2~3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시노링크 증권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 중국에 필요한 발전용 석탄 총 18.5억t 중 12~19% 해당하는 2.2억~3.4억t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은 제조업 생산에 영향을 주면서 제품 생산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정전사태로 이미 8월 50.1이었던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9월 49.6으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정전 등의 영향으로 9~12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루미늄과 시멘트 공급은 각각 7%, 2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포인트 가량 하향 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제조업 기지인 중국의 전력난으로 공장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우려된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공급망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로 대만·말레이시아·한국 등을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포스코 등 일부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이미 중단된 가운데 전력난 지속 시 국내 기업들의 중국 공장 대부분이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이 와중에 석탄이 전력생산의 66%를 차지하는 인도로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의 135개 발전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주말 현재 석탄 재고가 3일치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전력공급 중단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인도 정부는 석탄 수입의존을 줄이는 대신 국내 생산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감함에 따라 전력수요가 팬데믹 이전보다 17%나 늘어난 반면 올여름 수해가 겹치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주 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t당 가격을 지난 3월 60달러에서 200달러로 3배 이상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석탄 등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타국과 마찰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석탄부족을 메우기 위해 최근 중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사재기에 나선 것이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석유화공과 중국해양석유, 중국석유천연가스 등 국영에너지 회사들이 LNG의 겨울철 재고를 채우기 위해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 LNG 현물가 LNG-AS는 100만 BTU(영국 열량단위)당 34.47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겨울철이 오기 전 에너지가격 급등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를 동반한 경기침체)’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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