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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중국 국뽕영화 ‘장진호’

이흥우 논설위원


얼마 전 유엔총회 연설차 미국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미측이 인계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두 구와 귀국길을 동행했다. 미 7사단 32연대 카투사로 복무했던 고 김석주, 고 정환조 일병으로 두 사람은 장진호전투에서 전사했다.

장진호전투는 미 전쟁사의 쓰라린 기억이다. 국군과 유엔군의 평양 탈환 이후 김일성 정권의 임시수도, 평안북도 강계를 향해 북진에 북진을 거듭하던 미군과 유엔군은 1950년 11월 하순 개마고원 장진호 지역에서 중공군에 포위된다. 중공군은 3개 군단 12만 병력을 장진호에 집결시켜 미군에 파상공세를 펼쳤다. 수적 열세의 미군은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기적같은 작전을 펼쳐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피해는 커 1만7000여명의 미군(유엔군 포함)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투로 인한 피해(1만여명) 못지않게 동상 등 비전투 요인에 의한 사상자(7000여명)가 많았다.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미군 피해여서 당시 미 언론들은 ‘진주만 피습 이후 미군이 겪은 최악의 패전’으로 평하기도 했다.

요즘 중국에서 장진호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가 중국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는 중국의 시각에서 장진호전투를 그린 것으로, 이 전투가 항미원조 승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려 미국에 승리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뜻이 담긴 국뽕영화다. 영화 속 중공군을 따라 언 감자를 먹는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이 영화를 보고 항미원조 열사능원을 찾는 중국인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비록 미군이 물러섰으나 장진호전투에서 입은 피해는 시종 인해전술로 나온 중공군이 더 컸다. 중공군 사상자는 4만8000명으로 미군과 달리 동상 등에 의한 사상자(약 2만9000명)가 훨씬 많다. 동계 장비를 제대로 못 갖춘 탓이다. 사람 목숨을 한낱 파리 목숨 취급하며 얻은 승리가 중국은 그렇게도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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