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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스타벅스 트럭 시위

한승주 논설위원


스타벅스 매장 직원(파트너)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회사가 사람은 부족한데 충원은 안 해주면서 대책 없이 이벤트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잠재된 불만이 폭발한 건 지난달 28일 ‘리유저블 컵 데이’였다. 스타벅스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이날 하루만 음료를 사면 리유저블 컵(다회용컵)에 담아주는 행사였다. 모바일 선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는 밀려드는 주문에 작동이 지연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대기 주문이 650잔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음료를 만들고 전달하는 파트너들은 쉴 틈이 없었다. 예를 들어 100명이 올 거라 예상한 행사에 200명이 몰린 건데 수요 예측을 못한 본사의 실수가 명백하다.

힘들고 짜증나는데 고생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못 받은 파트너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이런 불만을 털어놓았고, 트럭 시위를 벌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노조가 없는 스타벅스에서 이 같은 단체행동은 처음이다. 시위 비용으로 책정한 330만원은 모금 3시간 만에 모였다. 직원들은 7~8일 선거 유세 차량으로 쓰이는 트럭 두 대로 서울 일대를 돌며 시위를 벌인다. 트럭 LED 전광판에는 “직원은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같은 문구가 노출된다. 파트너 처우뿐 아니라 과도한 마케팅 이벤트도 도마에 올랐다. 스타벅스는 매년 여름과 겨울 프리퀀시 행사를 포함해 최소 14회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한다. 리유저블 컵 데이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특별 이벤트였다.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커피 전문점에서 제대로 된 음료를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통유리 인테리어가 주는 탁 트인 분위기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문화로 소비하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지난 이벤트 날, 공장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듯 정신없이 제조되는 커피를 보는 소비자는 착잡했다. 밀려드는 음료를 만드는 파트너에게 커피 한 잔에 쏟는 정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매장 직원들이 고된 업무에 우는 동안 실망한 고객들은 등을 돌리진 않을지. 스타벅스가 진정 고민해볼 지점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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