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고 기름 빼내지만… 한계 부닥친 ‘플라스틱 순환’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현주소


최근 탄소중립·친환경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는 분야가 재생 플라스틱 시장이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온전히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순환체계’가 구축된다면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여전히 폐플라스틱을 100% 재생하는 건 이론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재생 플라스틱 수요를 30% 의무화하는 정책 입안을 추진 중이며, 국내도 재생 페트(PET)를 2030년까지 30%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재생 플라스틱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실제로 용기, 포장재, 인테리어 등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이 적용되고 있다. SK케미칼은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우성플라테크와 협력해 친환경 화장품 용기 상업화에 나섰다.

다만 완전한 플라스틱 순환체계가 구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린피스의 2019년 12월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품의 유혹’ 자료에 따르면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를 구분하는 EU 방식으로 집계할 때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건 플라스틱 배출이 많은 데도 정작 재활용을 위한 폐플라스틱 원료는 해외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2019년 16만8824t, 2018년 15만1292.4t 등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9만2222t으로 전년도에 비해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국내 폐플라스틱은 왜 오롯이 재활용되지 않고 있을까. 업계에서는 국내 폐플라스틱 회수 및 순환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업체에서 상업적인 생산공정을 돌릴 만한 양질의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크게 물리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과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 중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기계로 분쇄, 세척한 뒤 재활용하는 방식인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방법이다.

가령 물리적 재활용을 하기 위해선 깨끗한 상태로 폐플라스틱을 수거해야 하는데, 뚜껑이나 부품 등 동일한 소재가 아닌 부분이 있고 라벨이 붙어 있는 것도 재활용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유통업계에서도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회수체계를 마련하는 데 손을 맞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수업계 최초로 지난해 1월부터 라벨이 없는 ‘아이시스 ECO’를 선보였으며, 삼다수 등 생수업계에서도 잇달아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고 있다. 성남시는 올 초부터 투명 페트병 10원 등 ‘재활용품 현금 보상’을 시행하는 자원순환가게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열었다.

이처럼 물리적 재활용에 한계가 있는 탓에 화학적 재활용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간편하나 사용 용도가 한정돼 있고 재생 횟수가 제한된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이론적으로는 계속해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순환체계’의 취지와 더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품질 면에서도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의 용도가 훨씬 다양하게 쓰인다.

다만 화학적 재활용에도 맹점이 있다. 플라스틱 성분도 화학적 구조가 달라 모든 플라스틱이 다 화학적 재활용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크게 ‘열분해’와 ‘해중합’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해중합 방식에 적합한 것은 페트뿐이고,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은 해중합 방식으로 재활용하기 어렵다.

열분해 방식은 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가스나 기름을 회수하면서 원료를 거두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정유 과정에서 생성되는 납사(나프타)를 원료로 제조하는데, 바로 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도시 유전’으로 불린다.

화학업체들의 전략은 각각 다르다. SK지오센트릭은 해중합 및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해외 파트너들과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중국 스예(Shuye)에 투자해 화학적 재활용 원료 생산능력 2만t 구매 권한과 화학적 재활용 페트 관련 제품의 한국 시장 독점권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울산 페트 공장 전체를 재생 페트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친환경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려면 향후 폐플라스틱 원료 및 기술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도 폐폴리스티렌을 열분해 처리해 얻은 재활용 스티렌(RSM)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계에서도 화학적 재활용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나 기업별로 원료 확보 문제는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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