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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빗장 풀린 스페인을 다녀오다

남호철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지난달 중순 스페인 발렌시아를 다녀왔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1년7개월여 만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였지만 ‘요즘 해외 나가도 괜찮을까. 해외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오랜만의 출국에도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코로나19 이후 추가로 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질병관리청 예방 접종 도우미 사이트에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를 영문이 포함된 문서로 몇 장 출력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미리 스페인 방역 당국의 QR코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스페인 보건부의 ‘스페인 트래블 헬스’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모바일앱 ‘SpTH’를 다운로드해 특별검역신고서(FCS) 양식을 작성한다. 성명, 여권번호, 비행편명, 도착 날짜,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이메일로 보안코드 번호를 알려준다. 입국 이후 귀국할 때까지 현지에서 특별히 확인하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한다.

예전 해외 나갈 때처럼 2~3시간 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일부 여행객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에다 밤늦은 시간이어서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출국은 일사천리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코로나랑 전혀 무관해 보였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제약은 없지만 시민들은 스스로 잘 지켰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인근 유럽 국가에서 온 여행객이 많았지만 기념사진을 찍거나 광장에 모여 앉을 때도 마스크는 착용했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스페인 입국에 제약이 없다. 주한 스페인대사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한국을 녹색 국가로 지정함에 따라 한국 출발 관광객은 백신 접종 여부, 유전자증폭(PCR) 검사 확인증 없이 입국해 90일간 여행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발렌시아로 입국한 한 한국인은 백신 접종을 1차만 했는데도 PCR 검사 결과 제출 없이 입국했다.

스페인은 비공식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은 분위기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실외에서는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덕분이다. 스페인 인구 4674만명 가운데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현재 12세도 접종받고 있으며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국 대열에도 합류했다.

이제부터 귀국이 걱정이다. 현지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주한 스페인 관광청은 ‘Synlab’을 추천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있다. 비용은 98유로(약 13만6000원)이며 검사 예약 당시 개설한 개인 계정을 통해 스페인어 및 영문 PDF파일로 검사 결과를 보내준다. 예약하는 것은 필수다. 국내에 와서 첫날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1주일 뒤 다시 한 번. 백신 접종 완료자는 자가격리가 없다고 하지만 자가격리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조심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불편은 뒤따른다.

관광 의존도가 높아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더불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스페인은 강력한 봉쇄 조치와 백신 접종 속도전에 힘입어 지난 6월 7일부터 관광객들에게 빗장을 풀었다. 백신 접종을 마친 모든 사람에 대해 국적에 상관없이 입국을 허용했다. 편하지만 걱정도 함께 든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지 1년6개월. 유럽 패키지 여행 상품이 재등장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하나투어는 이탈리아 피렌체, 밀라노 등에서 자유시간을 보장하는 여행객을 모집한다. 머지않아 코로나 이전 상태는 아닐지라도 일상이 기대된다.

남호철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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