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행복 찾아… 최민식·박해일·윤여정 뭉쳤다

BIFF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시간없는 탈옥수·돈 없는 환자
두 남자의 여정 그린 로드무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6일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기자회견에서 배우 최민식과 임상수 감독, 박해일(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세상이 너한테 친절하지 않았지. 미안하다. 나라도 너한테 대신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

탈옥한 죄수 203(최민식)이 남식(박해일)에게 말한다. 전날 뇌종양 선고를 받은 203에게 의사는 “삶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식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지만 약을 구할 돈이 없다. 병원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약을 훔치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 순간 병원 화장실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203과 마주친다.

숨만 쉬어도 억울한 두 사람이 만났다. 처음엔 둘 다 인생이 꼬였다 싶었다. 내 앞가림도 버거운데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함께 도망가기 위해 훔친 운구차에서 마침 거액의 돈을 발견한다.

임상수 감독의 유쾌한 로드무비 ‘행복의 나라로’가 이렇게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막을 열었다. 주연 배우 최민식, 박해일의 실제 같은 연기가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했다.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 임 감독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 온 배우 윤여정이 ‘평창동 윤여사’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한대수와 장기하가 부르는 ‘행복의 노래’는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했다.

두 남자의 여정은 슬픈 듯 코믹하다. 삶보다는 죽음이 가까워 보이지만 시종일관 따뜻하다. 웃음 두 스푼에 눈물 한 스푼을 얹은, 과하지 않은 연출이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영화는 지난해 제73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다음 달 열리는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한국영화 부문에도 초청됐다.

다소 냉소적이고 날카로웠던 전작들에 비해 푸근해진 임 감독의 스타일 변화가 눈에 띈다. 6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임 감독은 “임상수 영화답지 않게 촌스러워서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마주하고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며 “그런 느낌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스크린에서 처음 만난 최민식과 박해일의 조합은 나무랄 데 없다. 최민식은 “박해일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오래전부터 작품을 함께해온 느낌이었다”며 “촬영장 밖에서 우리 둘 사이에 술병이 많이 쌓인 것 같다”며 웃었다. 박해일은 “언제 한 번 작품에서 뵐 수 있을까 생각한 게 15년이 넘었다”며 “선배님의 호흡 하나하나에도 최대한 리액션을 하려고 노력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은 배우 송중기 박소담의 사회로 진행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식과 레드카펫 행사를 생략했으나 올해는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봉준호 임권택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과 변요한 안성기 유아인 조진웅 전여빈 한소희 등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섰다. 한국영화공로상(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임권택 감독) 시상식도 이뤄졌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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