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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미어캣 투자

강준구 경제부 차장


사막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몸 길이 20㎝ 정도의 동물이 하나 있다. 앙골라 등에 서식하는 미어캣인데, 앞발을 가슴에 붙이고 두 발로 일어서서 초승달 모양의 두 귀를 쫑긋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 맹금류 같은 포식자를 피하고자 두리번두리번 망을 보는 게 습관이며, 지하에 직경 5m짜리 굴을 파 그 안에서 산다.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태양의 천사’로 불린다고 한다.

자산시장이 참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남들은 다 레버리지 투자로 벼락부자가 됐다는데 나 살기는 어쩐지 여전히 퍽퍽하다. 번 사람도, 잃은 사람도 내색하지 않고 겸양을 갖추는 게 사회적 미덕이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공공연하게 이재(理財) 능력을 겨루는 시대로 몰리다 보니 조바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대투자의 시대에 보릿고개가 도래했다. 투자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현재 자산 버블을 뒷받침하고 있는 건 유동성이다. 코로나19가 끝나가니 정부 지원이 줄고 금리가 오른다. 마침내 유동성 장세도 끝이 날까? 시장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길게 보면 30년 가까이 시장에 유동성이 말랐던 적은 없다. 한 당국자는 “1987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등장한 이후 시장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돈을 푸는 게 하나의 법칙이 됐다”며 “30년 동안 펼쳐진 유동성 장세를 되돌린다는 건 사반세기 이상 정복한 패러다임을 되돌린다는 건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돈줄을 조이긴 하겠으나 장기적 변화가 나오긴 어렵다. 이 거대한 흐름을 역류시키려면 어느 한 곳에 재앙이 터질 확률이 매우 높다. 세계 대통령인 미국 대통령조차 피하고 싶은 결단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공격적인 투자가 앞으로도 유효할까? 이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시중은행장은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이 있으니 변동성이 그나마 덜하지만 지금 집 산다면 뜯어말려야 할 만큼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부동산 ‘영끌’ 투자 타이밍은 아니다.

지난해 보기 드문 성공 경험을 안겨준 주식은 어떨까.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동안 주가지수가 상당히 변덕을 부리며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며 “20% 이상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버틸 수 있는 손실 마지노선은 하루 1000만원 정도”라며 “하한가에 매물이 쌓이는 호가 창을 보다 보면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벌이보다 많은 금액의 투자는 피해야겠다. ‘빚투’는 상환이 우선이다. 가장 논쟁적 자산(?)인 코인은 왜 오르내리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앞날까지 전망한다는 건 무리다. 다만 최근 하나의 경향성은 보인다고 한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주식이 떨어지면 코인이 오르는 현상이 최근 꾸준하다”며 “‘잡코인’은 버리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정도만 매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에 주식에서 코인으로 일부 유동성이 옮겨가는 건데, 일시적인 경향성만으로 인생을 거는 건 불합리하다. 후순위 투자로 미루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자산시장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우린 안다. 샐러리맨이 일순간에 건물주로 변신하긴 쉽지 않다는 걸. 휘청대는 자산시장에서 필요한 건 약간의 위협에도 귀를 쫑긋 세우는 미어캣의 자세다. 부에 대한 조바심보단 일순간 가족과 자신을 망칠 수 있는 한탕주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한 시기다. 토굴 안에서 인내를 가지고 망보다 보면 언제나 그랬듯 기회의 천사가 내려올 것이다.

강준구 경제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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