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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오징어 게임’의 불편한 반기독교

맹경환 종교부장


‘오징어 게임’ 열풍이 쉽사리 식지 않을 조짐이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은 정상을 차지한 작품이 됐다.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한국산 제품이나 문화 콘텐츠가 이런 성과를 낸 적이 있었나 싶다.

많은 사람이 그랬겠지만 지난 추석 연휴, 오징어 게임을 단숨에 봐버렸다. 그만큼 재밌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재미만으로는 상쇄되지 않는 마음의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바로 두 캐릭터 때문이었다. 우선 한미녀. 자신의 성(性)을 이용해 가장 힘센 남성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배신을 당한 뒤에도 다른 남성들에게 언제나 자신의 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 감독의 왜곡되고 위험한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불편함을 넘어 분노케 했던 것은 224번의 설정이다. 그는 첫 등장에서 “우릴 구원해주실 분은 오직 주님뿐”이라는 대사를 한다. 6번째 주자로 출발한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선 선두에 서서 주저앉아 기도하며 시간을 끌면서 원성을 사고,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는 살았다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244번 지영이의 사연에는 엄마를 때리고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 아버지가 나온다. 그런데 하필 그 아버지는 악행을 저지르고는 항상 죄를 사해 달라고 기도하는 ‘목사’였다. 크리스천 입장에서 보면 224번은 크리스천이 아니다. 244번의 아버지도 목사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을 전형적인 크리스천이요 목사로 묘사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말미에 ‘기독교인’이 또 한 번 등장한다.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비 오는 거리에 버려진 최후 승자 기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던 한 전도자는 그에게 다가와 안대를 벗겨주면서 하는 첫마디가 “예수, 믿으세요”다. 괜찮으냐는 긍휼의 말이 아니었다. 그 역시 비호감 크리스천이다.

이쯤 되면 감독의 뇌리에 뿌리 깊게 박힌 반기독교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의 인식도 감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이 구상된 게 10여년 전이라고 한다. 그사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독교 정서는 더 강화됐으면 됐지 결코 줄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회를 향한 세상의 눈은 더욱 거칠어졌다.

기독교 도래 이후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펼쳐 온 선한 영향력은 굳이 일일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세상은 일부 목회자의 일탈에 주목하고, 그릇된 행동을 일삼는 사이비 이단을 기독교와 구별하지 못한다. 세상의 박한 평가에 때로는 억울하고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세상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상 위기에 처했을 때는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의 부활과 십자가 복음을 기반으로 뜨거운 기도와 처절한 회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세상의 조롱도 크리스천에게서 찾아낸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기인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가 최근 SNS에 올린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단상은 꼽씹어 볼 만하다. 이 목사는 “사람들은 말이 아닌 삶을 본다. 삶이 예배되게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교회 중심,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반응은 영화 속 반응과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이르되 얘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 하니 대답하여 이르되 아버지 가겠나이다 하더니 가지 아니하고.”(마 21:28~29)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주추 없이 흙 위에 집 지은 사람과 같으니 탁류가 부딪치매 집이 곧 무너져 파괴됨이 심하니라.”(눅 6:49)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약 1:22) “주여 인자함은 주께 속하오니 주께서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심이니이다.”(시 62:12) 오징어 게임을 보고 난 뒤 요즘 계속 되새기는 말씀들이다.

맹경환 종교부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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