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비밀 캐고 싶다” 하마구치 “나도 모순된 욕망 있다”

한·일 감독 거장, 부산서 만나
영화의전당서 ‘스페셜 대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왼쪽)과 일본의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영화를 이끄는 한국과 일본의 두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과 올해 유럽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7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됐다.

하마구치 감독은 2015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영화 ‘해피 아워’가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영화 ‘아사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궁금한 게 많다. 동료 감독으로서 비밀을 캐내고 싶다”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속 자동차 씬은 어떻게 찍은 건가”부터 물었다. 이어 “감독으로서 부담이 있는 장면인데 영화에서 중요한 대화와 침묵의 순간이 자동차 안에서 펼쳐진다”며 “저는 ‘기생충’ 때 멈춰있는 차 안에서 촬영하고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했다”고 부연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자동차 씬에 대한 질문만으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배우가 운전하는 상태에서 내가 트렁크에 숨어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장면이 찍히지 않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봉 감독은 “차멀미는 안 하나. 감독의 노동이 느껴진다”고 말하며 하마구치 감독을 치켜세웠다.

두 감독은 서로의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봉 감독은 “배우가 어느 순간 뭔가 해내길 바라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가 있다”며 “요즘엔 어떻게 하면 배우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방향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넓은 울타리를 쳐서 배우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마구치 감독은 “기본적으로 세밀한 연기 지도를 하지 않는다”면서 “대본 리딩을 많이 반복하는데, 동작을 정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연기자들이 대사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취지다. 자유롭게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망하지만 나도 봉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모순된 욕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기생충’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 거실 난투극을 찍을 때 스태프들이 소품으로 LP 30장 정도를 갖다 놓았다”면서 “‘저기서 음악을 골라볼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그중 귀에 익은 칸초네 앨범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선 그게 관객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하더라. 서울에서 이탈리아 영화를 개봉했는데 남진 나훈아 노래가 나오는 것 같은 상황”이라며 “알고 보니 그분이 이탈리아 국민 가수였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실제로 만났다”고 말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봉 감독의 연출을 받는 기분”이라며 “작품에 대한 관심과 분석, 커다란 응원과 함께 ‘너는 더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선 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으로 선정된 하마구치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언론시사회가 차례로 진행됐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연극배우인 주인공 카후쿠는 자신, 그리고 성공한 TV 드라마 작가인 아내 오토가 제법 잘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하며 20년을 살았다. 카후쿠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지만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도 못한 채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아내가 죽고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연출로 초청된 카후쿠는 여러 나라 배우를 모아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준비한다. 그곳에서 와타리라는 스물세 살의 여자 운전수를 고용하는데 둘은 서로의 상처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아내와 만남으로써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배우 타카츠키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본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 소설과 같다. 하마구치 감독의 스타일로 재탄생한 하루키의 단편은 긴 호흡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주인공의 독백을 듣는 듯한 바냐 아저씨의 대사가 영화 전반에 흐르고, 히로시마에서 삿포로까지 달리는 오래된 사브 자동차는 치유의 공간이 된다.

‘우연과 상상’은 우연에 관한 세 단편, ‘마법(보다 불확실한)’ ‘문은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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