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손가락 끝 채혈’ 고통 해방됐지만… 문제는 비용·저변 확대

‘연속혈당측정기’ 도입 3년 1형 당뇨 환자들의 삶

앱과 연동돼 5분마다 혈당 측정
급격 등락 따른 위험 대처 가능
적극 사용 권장하지만 비용 부담
처방 쉽지 않고 사용법도 난해
90% 차지 ‘2형 당뇨’엔 미적용 한계
정부 차원 제도 개선·홍보 절실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주로 쓰는 연속혈당측정기(CGMS)가 국내에 도입된 지 3년이 흘렀다. 2018년 3월 1형 당뇨병에 걸린 어린 아들과 주변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해외에서 불법으로 들여왔다는 이유로 보건당국의 고발을 당했던 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의료기기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연속혈당측정기의 국내 사용이 정식 허용됐다. 이후 1형 당뇨 환자와 가족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형 당뇨는 췌장세포가 망가져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전혀 나오지 않는 유형이다. 이들 환자에게 혈당 관리는 ‘생명줄’과 같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 측정 센서를 복부 등 피부 밑에 부착해 실시간 혈당량 변화를 알려주는 기기로, 손 끝을 바늘로 찌르는 채혈 고통에서 자유롭다. 한번 붙이면 대개 5분마다 혈당을 자동 측정하며 7~10일간 사용할 수 있다. 감지한 혈당 수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돼 편리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또 손가락 채혈 같은 단발성 측정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혈당 변동 추이와 폭을 추적·관리할 수 있어 환자 스스로 혈당의 급격한 등락에 따른 위험이나 합병증에 대처할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환자와 가족들은 “채혈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사용 권장

연속혈당측정기는 복부에 부착(아래 사진)하면 5분에 한 번씩 혈당을 자동 측정해 알려 주기 때문에 잠을 자거나 운동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방해를 덜 받는다. 감지된 혈당 수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전송돼 혈당 관리에 편리하다. 업체 제공

현재 국내에는 3개 제품(덱스콤, 가디언커넥트, 프리스타일리브레)이 보급돼 있다. 제품별로 실시간 모니터링 여부와 저혈당 알람 기능 여부, 그리고 센서(전극) 한 개당 사용 기간과 가격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혈당 경고 알람과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덱스콤G6 모델이 1형 당뇨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특히 선호도가 높다. 저혈당 도달 20분 전에 미리 알람을 보내주기 때문에 잠을 자거나 운동 같은 일상생활 중에도 환자 스스로 저혈당임을 깨닫고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혈당 정보를 의료진과 가족이 원격으로 공유할 수 있어 학업 등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린이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선호된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면역력이 취약한 당뇨 환자를 지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코로나19로부터 의료진과 병원 종사자들의 접촉 최소화, 감염 예방을 위해 입원 당뇨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허용하라”고 적극 권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새로운 진료지침에서 “모든 성인 1형 당뇨 환자에게 저혈당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의료현장에 적극 권장한다”는 내용과 함께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이 필요한 성인 2형 당뇨 환자들에게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2형 당뇨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며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이 원인이다. 전체 당뇨병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연속혈당측정기의 필요성과 유효성은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지만 당뇨 환자들은 여전히 사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비 부담이 상당할 뿐 아니라 처방도 쉽지 않고 사용법 또한 배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1형 당뇨의 경우 비용의 70%를 지원받지만 여전히 월 11만원(덱스콤G6 기준)을 환자가 내야 하고 2형 당뇨 환자는 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1형 당뇨뿐 아니라 임신성 당뇨 또는 인슐린 요법을 사용하는 2형 당뇨 환자까지 건보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호주나 독일, 미국 등 해외 국가와는 대조적이다.

현 시스템 환자, 의료진 모두 불편

실제 의료 현장에선 연속혈당측정기 처방과 환자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진료에 따른 별도 보상(수가 산정)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국한돼 있다.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기 사용법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다. 판매업체들이 나서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지만 처방은 병원에서 받고 교육은 판매사를 따로 찾아야 하는 지금의 구조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당뇨병 교육 전문 심강희 간호사는 10일 “인슐린 주사로 혈당 관리를 하는 당뇨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저혈당과 고혈당을 예방하고 혈당을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해 당뇨 망막증과 만성 콩팥병 등 합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면서 “다만 비용 및 환자 상담, 교육에 따르는 부담으로 처방에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손쉽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처방받고 병원은 처방과 상담, 교육에 따르는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절실하다.

1형 당뇨병 환우회 ‘슈거트리’ 김미영 대표는 “1형 당뇨의 경우 소아청소년부터 성인에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진단받기 때문에 유병 기간이 길다. 긴 유병기간 중에 한 시기라도 혈당 관리에 소홀하면 합병증이 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의료비 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리 지원해주고 환자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우회에서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적극 알리고 있지만 아직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비용 부담과 사용법을 몰라서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2형 당뇨로까지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는 “2형 당뇨 환자 중에 인슐린 주사로 혈당 관리를 하는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대한 급여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당뇨병 인구는 약 500만명, 당뇨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 소모품 및 관리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당뇨 환자는 지난 7월 기준 22만9505명이다. 이 가운데 연속혈당측정기 수급자는 1395명(2083건)에 그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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