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보다 단두대가 있는 험지 찾아다니며 옳은 길 걸을 것”

[신임 총회장에게 듣는다] ① 예장통합 -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

류영모 총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한소망교회 역사관에서 본질로 돌아가야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는 평범했던 일상에 제동을 걸었다. 교회도 위기를 맞았다. 예배와 집회, 각종 회의와 국제 교류가 2년째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106회 총회장에 추대된 류영모(67) 한소망교회 목사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라틴어 ‘아드 폰테스(Ad Fontes)’를 언급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지혜가 여기에 담겨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지난 1일 경기도 한소망교회 역사관에서 만난 류 총회장은 “위기가 만연한 시대, 한두 가지 미봉책으로 해법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본질로 돌아가 성경이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류 총회장은 장로회신학대와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리젠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12월 24일 자신의 집에서 한소망교회를 개척한 뒤 경기도 고양시 능곡동과 마두동 예배당을 거쳐 2010년 지금의 파주 야당동에 5000석 규모의 비전채플을 건축했다.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교회’가 목회 좌우명인 류 총회장은 “주님 오시는 날까지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이 목회”라고 정의했다. 총회를 섬기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류 총회장은 “총회장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지 않았는데 영광보다 십자가를 져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총회장 임기 중 왕관보다 단두대가 있는 험지를 찾아다니고 비판을 받더라도 옳은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도 자신이 졸업한 경남 거창고의 ‘직업 선택 십계명’을 인용한 그는 “진영 논리를 버리는 총회, 힘 있는 이들의 압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총회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거창고에서 배운 교훈”이라면서 “세상에서조차 사라진 악습과 병폐가 거룩한 교회 공동체에 남아 있다면 대체 누가 교회를 존경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거창고의 직업선택 십계명은 1956년 거창고를 인수한 전영창 선생의 교육철학을 아들인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이 정리한 것으로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앞을 다퉈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본질로 돌아가자는 말도 거창고에서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류 총회장은 “일제강점기, 스페인독감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교회는 병든 자를 고치고 절망에 빠진 백성에게 독립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급성장세와 맞물려 번영과 성공 복음, 교회 지상주의를 선포하면서 세상에 이기적인 교회로 낙인찍히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복음의 공공성을 회복해 모두에게 사랑받고 칭송받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본질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의 출발점”이라며 “예수 믿고 우리만 복 받겠다는 이기적 생각을 버리고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가 세상을 돌보는 복음의 공공성을 회복하자”고 권했다. 또한 “양적 성장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내실 있고 알찬 교회, 거룩해지는 교회로 변하라는 게 포스트코로나19 시대의 목회 지향점이 돼야 한다”며 “이런 변화의 요구도 무시한 채 자기 고집만 부리는 교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교단 일부에서 제기되는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예장통합에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있다”며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교회들이 모두 그 정신에 따라 우리에게 복음을 심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아우르는 게 바로 예장통합”이라면서 “어느 한쪽을 버리고 한 가지만 선택하자고 주장하는 건 교단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예장통합 총회도 최근 열린 106회 정기총회에서 ‘복음과 에큐메니컬 신학’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채택하며 교단의 정체성이 복음적 에큐메니컬에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최근 관심이 커지는 한국교회 연합기구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총회장은 “3~4년 이상 길게 보고 가야지 당장 기구를 하나로 만드는 건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온다”면서 “속도보다 기구 통합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는 상처를 입게 되고 통합 시도도 무위로 돌아가기 쉽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말미 류 총회장은 ‘비욘드 코로나19’를 제안했다. 그는 “단순히 ‘위드 코로나19’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넘어선 그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배의 회복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부흥과 회복에 매진하는 총회가 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겠다”고 밝혔다.

파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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