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세 납부 위해 2조 규모 계열사 주식 매각한다

홍라희, 삼성전자 1.4조 처분 계약
이부진·서현도 삼성SDS 株 팔기로
지분 매각해도 경영권 영향 없을듯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약 2조원 규모의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주식 매각에 나선다. 높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식 매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전자 주식의 0.33%에 해당하는 것으로, 8일 종가(7만1500원) 기준 1조4258억원에 달한다. 처분신탁의 목적은 ‘상속세 납부용’으로 명시했다. 계약기간은 내년 4월 25일까지다.

이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이날 각각 보유한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처분신탁 계약을 했다. 두 사람이 처분한 주식은 각각 삼성SDS의 지분 1.95%에 해당하며, 8일 종가 기준 2422억원에 해당한다. 이외에 이서현 이사장은 한국은행과도 12월 24일까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를 처분하는 신탁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2473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은 맺지 않은 대신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0%)를 추가로 법원에 공탁했다.

삼성 일가가 처분하려는 주식 가치는 8일 종가 기준 총 2조1575억원 규모에 달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 보유 주식의 일부를 법원에 공탁한 바 있으나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일가는 지난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홍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계열사 주식 지분 가치만 약 19조원에 달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 일가가 추가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에 나설 경우 경영권 약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 주주로 현재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식 매각이 이뤄지면 홍 전 관장의 지분은 1.97%로 낮아지게 된다.

다만 경영권에 영향이 없을 거라는 판단 하에 지분 매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수년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며 일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일 뿐 직접적으로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삼성 일가가 현재 대주주이긴 하나 매각한 지분이 적대세력에게 넘어가는 등의 일이 당장 현실화되는 게 아닌 이상 경영권에 영향 없을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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