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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휴대전화 포렌식

김의구 논설위원


지난해 3월 경찰이 인천의 한 빌라를 덮쳤을 때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은 아이폰 한 대를 들고 있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 7대가 발견됐고 거실 소파 옆에 숨겨놓은 갤럭시폰 최신 기종 1대도 확보됐다. 경찰이 갤럭시폰 잠금을 푸는 데 두 달이 걸렸다. 하지만 거기서 확보한 자료는 박사방 관련자들을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단죄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허익범 특검팀은 디지털 증거 확보에 애를 먹었다. 앞선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핵심 휴대전화 수십 대가 망치로 파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팀의 추가 압수수색에서 경찰이 놓쳤던 휴대전화와 유심칩 등이 쓰레기더미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디지털 기기에 남아있는 정보를 분석해 증거를 찾는 디지털 포렌식은 당초 컴퓨터 중심이었다. 1996년 영남위원회 사건에 이어 삼성비자금이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검찰은 2008년 디지털포렌식센터, 2013년엔 디지털포렌식연구소를 설립했다. 휴대폰과 태블릿PC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용량이 늘어난 최근엔 디지털 포렌식의 중심이 휴대용 기기로 이동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휴대전화 때문에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하지 못했던 휴대전화를 경찰이 하루 만에 찾아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관련 고발사건을 배당받은 경찰은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해 휴대전화를 주운 시민을 특정해 수거에 성공했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져졌다고 알려졌지만 검찰은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결국 “모든 CCTV를 확인하지 못한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대전화 압수는 물론 회수에도 실패한 검찰엔 ‘수사 의지 의문’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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