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없는 美에 고민 깊어지나… 北 당 창건일 열병식 없이 조용

北, 통신선 복원하며 美에 제스처
中견제 집중한 美, 北에 신경 못써
北, 도발 등 벼랑 끝 전술 나설 수도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연맹이 지난 8일 평양 여성회관에서 경축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은 10일 지난해와는 달리 열병식이나 중앙보고대회 등 대규모 행사는 열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은 10일 당 창건일을 차분하게 기념했다.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민헌신’ 행보를 강조하거나 평양 내 추가 주택단지 건립 사실을 공개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집중했다.

이는 지난해 당 창건 75주년 때와 크게 다른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해 전례가 없던 심야 열병식을 개최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했다. 북한이 통상적으로 정주년(열이나 다섯을 단위로 하는 주년)이 아니면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조용히 지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전격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거나 북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11일 이후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고민은 미국 정부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과 대화 재개 시사를 병행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극약 처방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매개로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남북 통신선도 복원된 지 1주일을 맞았지만 추가적으로 진척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영상회의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통신선을 복원하며 남측에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 검토가 북한 비핵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설 명분을 만들어주려 했지만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고, 최근엔 미 중앙정보국(CIA)에 ‘중국미션센터’를 신설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물밑 역할을 했던 CIA 코리아미션센터는 폐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중간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지지율이 38%까지 곤두박질친 데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견제,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란 핵 협상까지 제대로 해결을 본 게 없어 북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앞세운 접근에도 계속 반응이 없으니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관여(engagement)’가 아닌 ‘관리(management)’ 쪽으로 전환한 것 같다”고 평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장기전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 때 평화공세로 돌아섰다가 대선 이후 벼랑 끝 전술 패턴을 답습할 수 있다”며 “9월에 보인 미사일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은 “지금처럼 미국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선 남북이 만나 합의할 어젠다도 충분치 않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한국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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