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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어느덧 난신적자의 시대가 돼버렸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19세기 초 가장 영향력 있던 경제이론 가운데 하나가 맬서스의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이었다. 그는 인간의 성적 열정은 끝이 없기 때문에 여건만 허락한다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토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는 식량 생산량을 생존 수준의 임금(식량)으로 나눈 값으로 결정되고, 인간은 빈곤의 함정에서 영구히 탈출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인구론은 그 탄생 시점(1798년)을 중심으로 그 이전 인간의 물질적 생활 수준을 그 어떤 이론보다 잘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맬서스가 인구론을 발표한 그즈음을 경계로 인간은 빈곤의 함정으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학자도 정확한 시점을 적시하지는 못하지만 18세기 중반 시작됐다고 보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의 경제적 미래에 관한 맬서스의 예측은 크게, 그것도 너무나도 크게 현실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산업혁명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과장해서 말한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경제이론의 수만큼이나 많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빈곤의 함정으로부터 인간이 탈출한 역사에는 생각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요인이 서로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과 원거리무역 발달, 과학과 기술 발전, 자본 축적, 노동자계급 탄생 등이 거론되며 그 가운데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제도이다. 제도 가운데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아마도 사유재산제도를 위시해 특허제도 및 민주주의일 것이다. 핵심은 노동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자본 축적과 혁신이 가능한 제도가 어떤 것인가에 있다.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알려진 제도 가운데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거론된다. 부패가 그중 하나다. 부패가 경제 발전 초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그에 대한, 불법이지만 합리적인 대응 방식으로 등장하는 게 부패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도한 규제가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규제를 피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뒷돈, 소위 말하는 ‘급행료’를 지급하던 시절이 우리의 경우에도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경제 발전을 이루고 나서도 부패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나 실증적인 증거는 없다. 부패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 우리의 경우도 어떤 이유에서든 부패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나라에서는 엄청난 부패 스캔들로 시끄럽다. 누군가의 추정에 의하면 몇백만원도 몇천만원도 몇십억원도 아니고 종국에는 1조8000억원의 돈이 오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1조8000억원이 얼마나 많은 돈인 줄 아는가. 예수가 태어난 날부터 오늘까지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200만원씩 써도 3000억원 이상이 남는 액수다. 몇십억원이 우습게 오가도록 설계했다는 인사는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더구나 절망적인 것은 그가 특채한 인사를 구속하면서 핵심적 증거를 거의 고의로 누락한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인사의 처신은 또 뭔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어느덧 난신적자의 시대가 돼버렸다. 그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백성들이여 이를 어찌할 것인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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