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시론] 화천대유 사건에 나타난 법조윤리 참사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화천대유와 관련된 ‘50억 클럽’의 명단이 공개됐다. 곽상도 의원 이외에 전 대법관, 전 특별검사, 전 검찰총장,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6명 중 5명이 최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국민은 평생 모을 수 없는 큰 금액에도 경악하지만 이들이 최고위직 판사 및 검사 출신이라는 점은 법조계의 신뢰를 땅에 떨어트린 것으로, 법조윤리의 대참사다.

전관특혜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량권 한도 내에서 편의를 봐주는 ‘전관예우’였다면 이제는 법조인들의 인맥과 영향력을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로비’다. 편의를 봐준 공직자에게 퇴직 후 사건 위임이나 자문 영입으로 보답하는 ‘사후수뢰’ 방식, 장차 고위 공직에 취임할 가능성이 있는 변호사에게 수임료나 자문료로 미리 보험을 들어 두는 ‘후관예우’ 방식, 직접 금전적 이익 대신 가족이나 자녀 등에게 유형무형의 이익을 부여하는 ‘간접 방식’ 등이 화천대유 사건에서 두루 발견된다. 전관특혜 비리는 법조 엘리트와 부패한 기득권 세력 간 카르텔로 악취가 진동한다.

곽 의원 이외에는 50억원 수수는 물론 약속 자체도 부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비리 혐의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실추된 법조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조계는 부당한 특혜나 비리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전관특혜는 실제로 불법적 거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국민의 인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심을 거두지 않는 국민에게 ‘당신들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설득하려 해도 훼손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그 로비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장이 화천대유에서 고문 관계로 맺어지는 마당에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아무리 설명한들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 대책은 분명하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아예 갓끈에 손도 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처럼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 배제의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해 애당초 의심을 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우선 최고위직 법조인들의 영리 목적 변호사 개업과 고문 취임을 제한해야 한다. 대법관이나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퇴임 이후 영리 목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연금으로 생활하거나 개업하더라도 교육과 봉사 등 비영리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활동해 자신이 속했던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고 명예를 지킨다.

고위직 법조인들의 영리 목적 개업 금지가 어렵다면 차선책은 수임 제한이다. 변호사법상 공직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퇴직 전 1년 내에 근무했던 기관의 사건을 적어도 1년 이내에는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무부가 이미 변호사법 개정안을 제출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정무직 등 최고위직 법조인들에게는 3년, 고위 공무원단과 2급 이상 고위직 법조인들에게는 2년으로 수임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퇴직 전 지위를 이용해 사법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수임 제한 기간을 확대해 사법의 공정성과 공직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고위직 판검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들린다.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과 영업의 자유를 비교형량하고 전관특혜의 실태를 고려해 결정할 문제인데, 이번 화천대유 사건을 보면 국회에서 결연한 의지로 정부 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수임 제한 법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고위 공직자는 명예를 추구해야 하며 금전적 이익과 성공을 탐해서는 안 된다. 돈과 명예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법조윤리의 핵심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