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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코로나 역대급 재앙이지만… 꿈의 백신·면역학 연구 앞당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분명 인류의 커다란 재앙이었으나 악역 나름대로 그 의미를 남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택트 문화’를 낳았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원격 화상회의란 ‘못 써먹을 짓’이었고, 고마운 사람에게 인터넷으로 안부를 전하는 건 ‘예의 없는 짓’이었다. 근 2년이 된 지금, 이런 문화를 수긍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언젠가 코로나19는 종식되겠지만 이렇게 생겨난 변화는 분명 인류의 생활 양식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적 의미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백신과 면역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실제로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이 단기간 내 현실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라는 긴급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 아니라면 임상연구에만 적어도 수년은 더 걸렸을 거라는 평가가 많다.

차세대 코로나 백신 연구 한창

연구자들은 당면 과제인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지금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차세대 백신 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의 코로나19 백신을 뛰어넘을 신기술이 다수 연구되고 있다. 올해 초 확인된 2세대 코로나19 백신만 240여 종, 그간 추가로 연구가 시작됐을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백여종의 신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설령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학문적 지식으로 남아 인류의 커다란 자산이 된다.

실제로 2세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현재보다 훨씬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이 코로나19와 싸워 간신히 수비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면, 2세대는 실제적 종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가 증폭 RNA 백신’이다. 요즘 우리가 접종받고 있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한층 더 보완한 것으로, 항원 단백질(코로나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계속해서 생산하도록 ‘복제유전자’를 함께 삽입하는 신기술이다.

우리 몸속에서 항원이 들어오면 항체 즉 면역이 생기는데, 이를 계속해서 생산하도록 만든다. 즉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장기간 이어진다. 2차 접종이 필요 없고, 추가 접종(일명 ‘부스터샷’)도 지금보다 훨씬 긴 기간이 경과한 후에 맞아도 된다.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는 “DNA 백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세포핵이 아니라 밖에서 mRNA를 복제하는 점이 다르다”면서 “국제적으로 4~6종의 다양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바이오텍, 벨기에 지피우스 백신 등의 기업에서 이 방식의 차세대 백신을 연구 중이다. 화이자 등도 이 방식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unsplash

‘면역=예방’이라고 생각해선 곤란

그렇다면 앞으로 10여년 후, 코로나19를 계기로 부쩍 가속을 시작한 면역학 연구는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게 될까.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선정한 ‘바이오미래유망기술’ 연구에 따르면 면역학 분야에서 3가지 기술이 감염병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합성면역 기술이다. 면역이라고 하면 예방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제는 ‘치료제’로서 의미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3세대 면역 항암제다. 우리 몸속 면역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암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로, 2세대 표적 항암제보다 내성이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3세대 면역 항암제로 완치한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10명 중 효과가 있는 사람은 2~3명 정도라는 것. 암 환자들 사이에선 ‘3세대 항암제 중 맞는 게 있다면 정말로 복 받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기존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합성면역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기술로 면역세포 속 회로를 유전자 치료를 거쳐 변경하면, 암 등 다양한 난치성 질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면역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정책연구센터 측은 “향후 10년 이내에 해당 기술이 상용화돼 암,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로 개인맞춤형 체외 면역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의 장기에서 얻은 세포를 배양한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몸 밖에서 사람의 면역 체계를 모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10년 후엔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수년이 더 지난다면 병원에서 내 몸에 꼭 맞는 맞춤형 백신과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맞춤형 처방이니 당연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번째 유력 기술은 나노백신, 나노항체 기술이다. 이미 이 기술 중 일부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있다. 면역을 만들기 위한 항원 중 바이러스의 수용체 부분, 즉 인간 세포와 직접 결합하는 일부분만을 인공적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성공한다면 효과가 뛰어나고 보관과 유통도 간편한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 스탠퍼드대 등의 연구진 등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미래엔 이 기술로 항원을 만들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질병에 대응하는 치료용 항체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훨씬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기존 방법으로 효과가 없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발전된 면역학, 인류 건강의 초석 될 것

인류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하고,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마지막 힘겨운 고비를 넘고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암,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 인체의 잘못된 기능으로 생겨나는 질병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도, 우리는 무엇보다 ‘면역’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구의 단초가 잡힌 건 한편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를 일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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