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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리유저블컵, 리턴미컵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처음엔 스타벅스의 마케팅 성공 스토리 중 하나로 끝날 줄 알았다. ‘리유저블컵 대란’ 말이다. 스타벅스의 한정판 다회용컵을 1시간 넘게 기다렸다 받았다는 무용담이 SNS에 넘쳐날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일회용컵 사용 절감을 위한 캠페인이라는 스타벅스의 설명에 플라스틱컵을 나눠주면서 친환경으로 위장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워싱’(환경운동연합)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또 이 행사를 계기로 스타벅스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는 트럭 시위를 벌이고, 민주노총이 노조 결성을 권유하는가 하면 트럭 시위 대표자가 그 제안을 거절하는 일이 이어졌다. 이 기사들을 읽으며 떠오른 건 개인용 컵을 손가방 메듯 드링크백에 넣어 다니는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였다.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로 유명한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 대표는 대기업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하던 디자이너다. 지난달 만났을 때 그가 드링크백에서 꺼내 보여준 ‘리턴미(return me)’라는 이름과 디자인이 모두 예쁜 컵도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다. 리턴미컵은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컵 같은 모양이지만 100℃의 음료를 담아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소재를 썼고, 표면에 홈이 패여 있어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를 담아도 별도의 슬리브 없이 컵을 쥘 수 있다. “저는 컵을 거의 항상 가지고 다녀요. 사무실이나 식당에서 계속 쓸 수 있어서 편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매일 휴대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려면 가벼워야 하고 세척이 편해야 하더라고요.”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의 권장 사용횟수는 20회 정도라고 했다. 수명이 따로 없는 리턴미컵을 물 마시고 커피 마실 때 하루 두세 번씩 1년을 쓴다고 하면 1000번 가까이 사용하는 게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1000개를 쓰지 않는 만큼 환경을 살리는 셈이다.

리턴미컵은 원래 판매용이 아니라 보틀팩토리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이웃 카페들과 공유하기 위한 컵으로 개발했다. 리턴미컵에 음료를 받아 테이크아웃 했다가 보틀팩토리와 뜻을 같이하는 다른 카페에 반납하면 된다. 서대문구 동네 카페 8곳과 성북구 은평구 등 다른 동네 카페 5곳까지 총 13곳이 공동으로 컵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정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의 또 다른 히트 브랜드 ‘유어보틀위크’의 새 소식도 전했다. 유어보틀위크는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동안 가게를 운영하는 행사로, 2018년 동네 카페 7곳으로 시작했다가 2020년에는 한 달간 연희동 일대 가게 60곳이 참여하는 행사로 커졌다. 카페뿐만 아니라 떡집 분식집 쌀가게 두부가게 반찬가게 등이 상품을 일회용품으로 포장하지 않은 채로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물건을 담아갈 장바구니와 용기를 챙겨와 장을 봤다.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는 서촌과 인천 배다리마을까지 범위를 넓혔다.

“생각보다 호응이 굉장히 컸어요. 불편하다고 말하는 손님은 별로 없어요. 유어보틀위크를 하면서 저희 동네에서도 ‘이런 게 되겠어?’에서 ‘이런 게 되네’라는 변화가 있었죠.”

친환경 소비에 필요한 건 절제와 절약이다. 정 대표는 2017년 쓰레기 수집과 운반 선별 재활용 과정을 따라가는 ‘쓰레기여행’을 했다. 그 결과 카페의 테이크아웃용컵 재활용률은 5%도 되지 않고, 일회용컵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보다 덜 쓰고 안 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일회용품을 쓰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분이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카페에서 ‘빨대 안 주셔도 괜찮아요’,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서 ‘나무젓가락 안 주셔도 괜찮아요’라고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것부터 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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