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세계 보전은 불편하고 고단한 길… 덕분에 공존하는 삶 깨달아”

<2부> 새로운 교회의 길 (19) 자연과 하나된 서울 신림신양교회 차정규 목사

서울 신림신양교회 차정규 목사가 지난 7일 교회 뒤 성도들이 가꾼 텃밭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지키려면 "교회는 고단하지만 자연과 같이 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마치 숲으로 들어간 듯 했다. 서울 관악구 관악산 자락에 있는 신림신양교회는 이정표가 없었다면 입구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 교회로 향하는 길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나무가 울창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인접한 도로의 차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교회 담임인 차정규 목사의 차림도 남달랐다. 양복에 트래킹화였다. 어울리지 않는 이 차림은 숲이라는 환경과 어울렸다.

그리고 차 목사가 지난 7일 만난 기자에게 건넨 첫 마디도 색달랐다. “오후 4시가 넘으면 모기가 극성이다. 물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첫 인상만으로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교회라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신양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환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관악산 공원녹지 안에 들어서 있는 교회 건물. 신석현 인턴기자

차 목사도 “관악산 공원녹지에 있다 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새벽 예배를 드리고 나면 예초기부터 돌린다”고 했다.

교회 곳곳이 환경을 지키고 환경과 함께 하는 게 보인다. 교회 안 식당과 카페의 테이블이며 식기용품은 모두 재활용품이다.

폐업한 식당의 테이블을 재활용한 교회 식당 내부. 신석현 인턴기자

“교회 식당 테이블은 폐업한 식당에서 주신 겁니다. 깨끗이 닦고, 칠했는데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어요. 2019년 본당 옆에 새 건물 지은 뒤 새 거 안 쓰냐고 말하는 분도 계시는데 환경을 누리는 것만 좋아해서는 안 돼요. 지켜야죠.”

공원녹지라는 주변 환경도 적극 활용한다. 2000년부터 교회 식물원엔 성서 속 식물을 심어 교육용으로 활용한다. 지역교회와 함께 숲 속을 걸으며 말씀을 읽고 자신을 성찰하는 침묵피정도 진행했다.

텃밭에는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등 무공해 채소를 키워 교회 식당에서 사용한다. 최근엔 시래기를 만들기 위한 무 농사가 한창이다. 코로나19 전엔 배추 농사를 지어 성도들과 함께 김장도 했다.

매월 마지막 주일은 ‘차 없는 주일’로 정해 생활 속 이산화탄소 줄이기 운동을 펼쳤고, 교회차량도 온실가스 저배출 차량으로 바꿨다.

환경보호는 성도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각자의 자리에서 찾았다. 한 성도는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으로부터 토종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관악산에 토종씨앗을 뿌리고 심으며 보호하고 있다. 교회 주변 환경을 돌보려고 조경을 배운 성도도 있다.

예배 공간도 남다르다. 150석 규모의 예배당 사면은 통유리다. 유리 너머 사방으로 나무가 보이니 숲 속에서 예배를 드리는 듯하다. ‘숲의 교회’라는 건축가의 콘셉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리 교회는 자연이 인테리어죠.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교회 안은 신자를 위한 곳이지만 교회 밖은 불신자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는 건축가의 제안에도 공감했고요.”

이처럼 차 목사가 환경 보호에 공을 들이는 건 성장기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

교회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본당 옆 목사 사택 벽면에 붙여놓은 사진. 신석현 인턴기자

신양교회는 차 목사의 아버지인 차경락 전도사가 1974년 개척한 ‘밤골교회’로 시작했다. 학교 선생이던 차경락 전도사는 뒤늦게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가난한 산동네에 복음을 전하겠다며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아 94년까지 목회했다.

“청소년기였던 저와 가족은 뭣도 모르고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왔어요.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있지만 그때는 민둥산이었죠.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산에 있는 나무를 베서 장작으로 썼으니 나무가 남아나질 않았죠.”

이후 정부의 녹화사업으로 산은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그 사이 교회가 있는 2만6446㎡(약 8000평) 부지는 공원이 됐다.

아버지를 이어 신양교회 담임이 된 차 목사는 환경에 대한 사역도 목회의 한 부분이라 인식하고 실천했다. 녹색교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숲 속에 오두막집을 만들고, 주민들도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테이블 등을 뒀다.

자연과 어우러지니 교회엔 성도는 물론 지역 주민까지 종교와 상관없이 교회를 찾는다.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한다는 김옥진씨도 “교회는 우리 집 정원 같다. 종교와 상관없이 교회 주변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교회 주변이 관악산 올레길 코스 중 하나가 되면서 누구나 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했다. 이런 노력 덕에 2008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시상한 녹색교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면서 교회의 녹색 실천은 ‘잠시 멈춤’이다. 성경 속 식물을 키우는 식물원은 밀림처럼 변했고, 아이들을 위한 오두막집은 무성해진 잡초 탓에 길마저 사라졌다.

73년 정부의 치산녹화 사업 이후 이어진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차 목사는 “가로수인 메타스퀘어 플라타너스 등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촘촘히 서 있다. 심는 데만 열중하고 관리는 안 한다”면서 “지금도 많으면 베면 된다는 식인데 큰 그림을 그리고 산림계획을 세웠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환경을 지키는 삶을 물었다. ‘고단함과 불편함’이라는 솔직한 단어를 내놓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지키려면 농약을 뿌리는 대신 잡초를 뽑아야 하고, 저녁에는 모기에 시달리는 수고가 필요하죠. 자연은 취하는 게 아니라 고단하지만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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