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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軍 부실수사, 文대통령이 특검 촉구하라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사건
군 최종수사결과는 용두사미
첫 특임군검사도 여론 무마용

수사 라인 모두 면죄부 주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
군 사법 카르텔의 견고함 드러나

수사심의위는 방패막이 전락
민관군 합동위 개선책도 뻔해
백화점식 권고안 나열될 듯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
대통령이 진정성 내보이려면
걸림돌 여당에 특검 주문해야

창군 이래 최초로 지난 7월 특임군검사가 전격 투입될 때만 해도 한 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성추행 피해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수사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것으로 봤다. 특임군검사가 해군 여성 장교였고, 그의 일성이 엄정한 수사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열흘 전 발표된 중간수사결과가 미흡했다는 비판 여론에 밀려 국방부가 검찰 특임검사를 벤치마칭해 빼든 카드라 독립적 수사도 보장해줄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사건 윗선인 공군본부 법무실 지휘부의 직무유기 사법 처리는 시간문제라 여겼다.

하지만 기대감과 달리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 지난주 국방부 검찰단의 최종수사결과는 관련자 15명 기소에 그치는 등 용두사미였다. 부실한 초동수사로 지탄의 대상이 된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 그리고 수사 지휘·감독 라인인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지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이유는 증거 부족이란다. 깃털만 남고 몸통은 다 빠져나갔으니 영화 대사에 나오는 “어이가 없네”가 이 대목에 딱 어울린다.

특임군검사의 수사 독립성 보장도 말뿐이었다. 증거 확보를 위해 특임군검사가 청구한 군 수뇌부 통신영장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무더기로 기각해버렸으니 말이다. 전 공군참모총장과 참모차장, 20비행단장에 대한 통신영장이 모두 기각됐다는 것은 기초 수사조차 무력화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멍석은 깔아주었지만 특임군검사의 손발을 묶어 놓은 격이다. 부실 수사를 덮기 위한 군 사법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알려줬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얽혀 있는 대장동 의혹에서도 법조계의 강고한 이권 카르텔을 보지 않았는가. 기득권으로 똘똘 뭉치는 건 민간이나 군이나 도긴개긴이다. 꽁꽁 숨겨 놓은 통신영장 기각 사실도 군인권센터의 폭로가 아니었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특임군검사 임명은 여론 무마용이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처음 도입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군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점도 짚어봐야 한다. 국방부가 군 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할 요량으로 법조계 등의 민간 전문가들로 수사심의위를 구성했지만 군의 들러리 역할만 하다 활동을 마감했다. 물론 군의 수사 자료가 부실해 심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게 일차적 문제였을 터이다. 그러나 대법관 출신을 위원장으로 둔 수심위가 군검찰의 기소 의견마저 배척하는가 하면 직무유기 법리를 따지며 아예 재판관 행세를 한 건 주제를 모르는 월권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니 군은 옳다구나 하며 수심위 뒤에 숨어 책임을 떠넘겼다. 그런 점에서 군의 맹탕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한 결과를 낳은 수심위는 실패한 기구다. 앞으로 허수아비 같은 군 수심위는 다시는 가동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제대로 나오는 법이다. 셀프 면죄부 수사 결과에 올바른 처방책이 나올 리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13일 대국민보고회에서 내놓을 병영문화 개선책도 뻔할 뻔자다. 그럴 듯한 백화점식 각종 권고안이 나열되고 재탕 삼탕으로 우려낸 셀프 개혁까지 포함돼 ‘종합판’이라며 거창하게 발표될 것이다. 군내 사건·사고 발생 때마다 되풀이되는, 구호만 요란하고 실효성은 없는 그저 그런 처방들. 그간 합동위에서 군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얼마나 실망했으면 민간위원 10여명이 줄줄이 사퇴했을까.

부실 수사를 또다시 부실 수사한 데 대해 유족은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와 제 식구 봐주기에 피가 거꾸로 솟았을 게다. 부친은 대통령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며 절규한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딸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장례를 미뤄왔는데 군이 뒤통수를 친 격이다. 당시 사건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격노하며 엄중 처리를 지시했는데, 군은 국군통수권자의 명도 뭉갠 셈이 됐다. 5개월간 수사를 지켜본 국민도 기가 막힌다. 이젠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면 마지막 수단인 특별검사의 전면 재수사밖에 답이 없다. 이미 야4당이 특검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걸림돌은 오히려 묵묵부답의 여당이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나설 때가 됐다. 대통령이 직접 뜨뜻미지근한 여당에 특검 도입을 촉구해야 한다. 그게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며 대통령의 진정성을 내보이는 길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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