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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곰 인형 말고, 진짜 곰

이원하 시인


요즘 동물이 좋다. 수의사를 꿈꾸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동물은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다 귀엽다. 씻지 않아도 귀엽다. 투정을 부려도 귀엽고 간식을 훔쳐 달아나도 귀엽다. 귀여움에 파묻힌 나는 행복감에 어쩔 줄 모른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평화가 찾아오는 기분이다. 영상을 통해 만나더라도 그렇다. 동물은 내가 언제 어디서든 사랑을 느끼도록 해준다. 영상통화로 친구네 반려견을 만나는 시간이 좋다. 대단한 묘기 없이 그저 화면 안에 네 발로 지나가기만 해도 나는 행복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웃게 된다.

강아지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곰도 좋다. 요즘 에버랜드에 있는 국내 최초 아기 판다곰 ‘푸바오’를 보는 낙으로 산다. 비록 영상이지만. 하얗고 통통한 아기 판다곰이 걷기만 해도, 대나무를 먹으려고 입을 벌리기만 해도 나의 내적 목소리는 환호성을 지른다. 순수하게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작은 존재를 보고 있노라면 불안과 걱정을 잊은 사람이 돼버린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아기 판다곰이 등장하는 영상의 댓글을 보면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판다곰을 지키는 사육사라고 외치며, 그저 바라는 건 돈과 명예가 아니라 판다곰을 한 번 안아보는 순간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동물 앞에서 모두가 순수해지는 순간이다.

동물을 키우고 싶다. 강아지도 좋고 고양이도 좋다. 그저 나와 인연이 닿는 동물을 만나 함께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아직은 인생의 동반자로서 적합한 사람이 아니기에 분양을 미루고 있지만, 훗날 병원비가 감당되는 사람이 되고 해외에 돌아다닐 일이 줄어들었을 때 분양받을 거다. 내 곁에서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줄 거다. 그동안 내가 동물에게 받은 사랑을 몽땅 나눠줄 거다. 동물은 짝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사랑을 받으면 더 큰 사랑을 상대에게 나눠준다. 육지에 사는 천사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생명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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