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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새로운 차별이 온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성격이 천양지차다.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댓글이 있는 반면 무례하거나 기사 본문의 맥락과 전혀 다른 댓글도 있다. 그럼에도 찬찬히 읽다 보면 세상의 변화, 인식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게 댓글이다. 최근 이슈&탐사2팀이 보도한 ‘빈자의 식탁’ 시리즈에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긍정적인 글을 제외한 부정적인 댓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나도 저렇게 먹는다’다. 기사에 소개된 식단에 대해 ‘나도 잘 먹지 못하는데 이 사람들을 왜 안타깝게 여겨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나가서 일해 돈 벌면 더 잘 먹을 수 있는데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유의 댓글도 많았다. 두 번째 부류는 ‘우리도 이렇게 살기 힘든데 왜 외국인과 난민, 북한을 지원하느냐’는 글이었다.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이런 댓글은 ‘살기 어려운 사람이 생각 이상으로 많구나’로 받아들였다. 제각각 각박한 삶을 살다 보니 남에게 혜택이 조금이라도 더 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아가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약자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소외된 집단에 대한 혐오 현상이 더 강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앞으로 우리 사회 숙제가 될 것이다.

주목하려 하는 댓글의 세 번째 부류는 ‘저렇게 살면서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서울서 못 살겠으면 시골 가서 텃밭 가꾸며 농사라도 지어라’ ‘시골 가서 풀뿌리라도 뜯고 빈집에 사는 게 나을 듯’과 같은 글도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댓글에서 불길한 변화의 조짐이 느껴졌다. 서울과 지방의 구별 짓기가 사고의 배경에 있는 것 같아서다. 댓글을 쓴 사람들은 저소득층을 향해 ‘능력도 없는데 왜 서울에 사느냐’ ‘당신 같은 사람은 서울에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서울 혹은 수도권에 사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서울이 그 지역 사람들이 그냥 나고 자라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에 사는 게 특별한 일이 되고 있다. 능력 있는 사람만 수도권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인식 변화의 배경은 수도권 쏠림 현상과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볼 수 있다. 인재와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더 강해지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사무직은 경기도 기흥, 기술직은 판교와 용인 밑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 ‘취업의 남방한계선’은 수년째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채용하고, 지방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현 정부에서 잔뜩 오른 집값도 수도권 진입장벽을 더 높게 만들었다. 지방에서 집을 팔아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일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월세 등 주거 비용도 수도권이 훨씬 높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지방이 소멸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차별 현상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앞으로는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수도권에 남게 될 것이다. 조만간 ‘수도권에 살면 1등 시민, 지방에 살면 2등 시민’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기사에 달린 댓글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 지방 가서 살라는 비아냥이 더 노골적으로 나올 수 있다. 수도권 진입장벽이 높아질수록 갈등을 일으킬 씨앗은 여기저기 뿌려질 것이다. 20세기 후반 한국의 대표적 사회 문제가 영호남 간 지역 갈등이었다면 21세기 중반엔 비수도권 출신에 대한 수도권 사람들의 차별이 주요 사회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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