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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세계가 인정한 접두사 K

이흥우 논설위원


비교적 최근까지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곰고기를 먹는 줄 알았다. ‘베어 수프(bear soup)’를 파는 식당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곰탕을 영문번역기로 그대로 번역해 생긴 해프닝이다. 이래서 육회는 ‘식스 타임스(six times)’가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국적 불명의 엉터리 한식 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 기준’을 마련해 계도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곰탕은 비로소 ‘gomtang’, 육회는 ‘yukhoe’라는 본래의 제 이름을 찾았다. 곰탕의 경우 ‘비프 본 수프(beef bone soup)’라고 병기해 외국인에게 어떤 음식인지 알려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탕과 수프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탕을 수프라고 번역하면 자칫 외국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스시를 세계인이 스시라고 부르듯 곰탕은 곰탕이라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한국이 원산지인 단어 26개가 새로 실렸다. 한류 먹방 대박 누나 오빠 등 한국 특유의 표현 뿐 아니라 스킨십 파이팅과 같은 한국식 영어 표현도 들어있다. 콩글리시가 표준 영어단어의 하나가 되는 전무했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OED는 접두사 K를 ‘한국 또는 그 문화와 관련된 명사를 형성하는 복합어’라고 설명,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의 위력을 실감케 해준다.

한국어를 배우는 세계인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가사의 뜻을 음미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열풍이 일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2주 동안 한국어 학습 신청자가 영국에서 76%, 미국에서 4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원산 단어가 OED에 실릴 듯하다. 과거엔 우리를 알리기 위해 억지 영어를 썼는데 요즘은 세계가 먼저 우리 것을 우리가 쓰고 부르는 대로 사전에 싣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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