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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칼럼] ‘쿨 코리아’ 이끌 리더를 보고 싶다


BTS·오징어 게임·기생충 등 대중문화가 국가 브랜드 높여
K콘텐츠 성공, 위기를 기회로 혁신을 거듭해 온 결과
글로벌 유통망 넷플릭스 제작에 간섭 없는 건 좋지만 이익은 다 가져가는 구조
정부, K콘텐츠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할 때
문화의 힘을 경쟁력 삼아 위상 드높일 대선 후보 나와야

요즘 세계에서 한국은 ‘쿨(cool)’한 나라로 통한다. ‘멋지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의 여행 드림 리스트에 한국이 1위에 올랐다는 해외 설문조사가 있다. 여행뿐 아니라 일하고 싶은 도시 목록에도 서울이 빠지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알파벳 K가 붙으면 멋져 보이고,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고 한다. 세계인, 특히 젊은이들이 한국의 매력에 스며들고 있다.

높아진 경제·군사력에 비해 강력한 국가 브랜드가 없었던 한국을 세계에 각인시킨 건 K콘텐츠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 중인 BTS, 넷플릭스가 순위를 집계하는 모든 나라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이 대표 선수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 음식과 한국어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 한식당이 현지인으로 북적거리고, 인도 등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선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K콘텐츠 수출은 지난해 108억 달러(약 12조9492억원)로 6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K콘텐츠의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위기가 있을 때마다 이를 기회로 삼고, 혁신을 거듭해온 결과다.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가 축소됐을 때 이러다간 한국영화가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산업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 전성기를 이끌었다. 90년대 후반 음반 시장이 붕괴되면서 가요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획사들은 아이돌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해외시장을 본격 개척했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인기는 ‘별에서 온 그대’ ‘킹덤’ 등으로 저변을 넓혀갔다. 코로나로 갑자기 닥친 비대면 시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세계인에게 제약 없이 닿을 수 있게 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게 됐다.

눈여겨볼 것은 드라마 콘텐츠가 소비되는 플랫폼의 변화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케이블과 종편을 거쳐 이제는 넷플릭스처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유통망 확보로 K콘텐츠가 보다 많은 시청자를 만나게 된 것은 분명 기회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두둑하게 지원하면서도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창작자를 간섭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저작권 독점 문제는 어두운 측면이다. 벌어들인 이익은 전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라 자칫 한국이 넷플릭스의 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K콘텐츠의 성공은 뛰어난 개인과 문화를 만드는 기업들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정부가 주도한 건 거의 없었다. 지금 같은 매력적인 국가 브랜드 한국을 만드는 데 정부가 민간에 빚을 진 셈이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 실력 있는 창작자와 콘텐츠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해외 OTT의 국내 시장 영향력 및 저작권 독점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내 OTT에 대한 규제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이 아닌 외국과의 합작 또는 현지화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 중에서도 문화의 가치를 아는, 문화적 감수성을 지닌 리더를 보고 싶다. 경제·사회적 식견에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갖춘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인정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의 힘을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삼아 국가 브랜드를 드높일 수 있는 인물이다. 아직까지는 그런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문화 공약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문화 비전을 보여 달라.

한국 대중문화는 세계가 주목하는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우리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인에 그치지 않고, 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해 줄 정부와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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