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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집착 만든 사회, 인간의 다면성 보여주고 싶었죠”

아르헨티나 출신 아말리아 울만 감독 인터뷰

아말리아 울만 감독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미소를 지으며 입장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집세를 낼 돈이 없어 거리로 내몰리기 직전인 모녀가 명품 가방과 신용카드 한 장을 들고 백화점으로 향한다.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엔 지역구의 한 정치인 앞으로 계산서를 달아둔다. 딸이 비싼 옷을 입고 가게 점원의 시선을 붙잡는 동안 엄마는 물건을 훔친다.

‘엘 플라네타’는 영국에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스페인 북부 해안 도시 히혼으로 돌아온 레오노르(아말리아 울만)와 엄마(에일 울만)의 불안하면서 가벼운 일상을 그린다. 흑백영화 특유의 리듬감 속에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캐릭터들이 씁쓸함을 남긴다.

이 영화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BIFF)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주목받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예루살렘영화제 등에서 최고감독상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말리아 울만(32) 감독은 실제 엄마와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다. 영상 및 설치작품,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상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외모지상주의와 소비주의 등 사회 현상의 이면을 포착한 작품이 많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지난 8일 울만 감독을 만났다.

-BIFF를 통해 첫 장편영화를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하게 됐다.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감독으로 인정받고 부산까지 오게 돼 기쁘다.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지금 첫 영화의 아시아 프리미어를 부산에서 하게 돼 의미가 있다.”

-‘엘 플라네타’는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느낌이다.

“내 경험도 반영돼 있다. 아주 솔직한 영화다. 히혼에서 엄마와 함께 집 없이 살았던 기간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이민자여서 늘 외부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스페인 사람 연기를 해서 더 흥미로웠다. 히혼에서 실제 모녀가 저지른 범죄도 참고했다.”

-주인공 모녀는 돈이 없지만 소비하고 치장하며 SNS에 화려한 모습을 올린다.

“그들은 몇 벌 안 되는 옷을 돌려 입는다. 백화점에 가서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기한 내 환불받거나 사진만 찍고 돌려준다. 누구나 집이 없어질 수 있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그래도 옷은 입던 대로 입는다.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고 밥을 얻어먹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외모를 활용하곤 한다. 개인을 비판하기보다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사회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은 다면적이라는 점도 얘기하고 싶었다.”

-제목 ‘엘 플라네타’는 스페인어로 행성 또는 지구를 뜻한다. 어떤 의미인지.

“영화 주인공이 직면한 상황은 당사자들에게 큰 문제지만 전 지구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경제위기 같은 거대한 문제들이 반영돼 있다. 이 모든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한국 콘텐츠 중에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의 유머도 좋아한다. ‘하녀’를 재밌게 봤고 1960년대 원작 ‘하녀’도 좋아한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해 그의 작품은 다 봤다. 요즘 인기 있다는 TV쇼(오징어 게임)는 아직 못 봤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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