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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항생제 내성, 우리 모두 관심 가져야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2014년 스위스 제네바의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피부 염증이 생겨 병원에 갔는데, 치료에 앞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받았다. 혹시 이미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는 항생제가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검사 결과 내게 쓸 수 있는 항생제가 많지 않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 경우 질병 치료에도 어려움이 커진다. 나도 몰랐던 항생제 내성이 있다는 사실에 눈앞이 아찔했다.

항생제 내성은 언제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세균 스스로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것이어서,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작은 상처에도 항생제가 듣지 않아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WHO도 주요한 인류 보건 위협으로 항생제 내성을 꼽고 있다. 당장 드러나지 않지만 코로나19에 버금가는 보건 위협이란 뜻에서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고도 불린다. 영국에선 인류가 손을 놓는다면 2050년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생제 내성은 인체, 동물, 환경, 보건 등 전 세계 각 분야가 연결돼 있는 문제다. 때문에 ‘하나의 보건(One Health)’ 측면에서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2015년 세계보건총회(WHA)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축산 및 수산양식 등 식품 생산에 사용하는 항생제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노력해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WHO와 함께 제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치러진 이번 회의에는 최다 규모인 전 세계 72개국 36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논의를 이끌며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 관리 국제규범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항생제 내성 최소화와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유엔총회, 해외 각료급 회의 등 국제사회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주요한 보건 주제로 다루지만 국내에서는 그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아 안타깝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에서는 어릴 때부터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해 교육하고, 유명 배우가 항생제를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홍보하는 등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이 있다. 손 씻기, 안전한 온도에서 식품 보관하기, 익힌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을 분리 보관하기, 완전히 익혀 먹기 등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제네바에서 내가 겪은 당혹스러운 경험을 우리 국민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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