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청년 마음… 문 정부 ‘공정’ 가치 살려야 얻는다

잇단 청년 대책에도 반응은 냉랭


문재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지난 4월 1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를 18번 언급했다. 2030세대는 당시 선거에서 정권 심판 여론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 집단으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고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정부가 주거·창업·복지 분야를 망라한 청년 대책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2030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이후 ‘청년TF’를 꾸리고, 20대 대학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청년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청년층과의 접촉점을 늘리고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겠다는 의도였다. 정부와 민주당은 604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23조5000억원을 청년예산으로 편성하는 등 최근까지도 청년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로서, 미래세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언급한 청년 체감형 정책 발굴을 위해 당정청이 늘 고민하고 있다”고 15일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청년들은 문재인정부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갤럽 10월 1주(5~7일)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응답률 14%,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반면 젊은층의 부정평가는 지지율의 2배가 넘는 60%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7개월가량 남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굵직한 청년 정책 발표만 9번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24일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공개하며 ‘청년’이라는 단어를 공식 행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거의 10% 낮다”면서 “청년의 실업난이 대단히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듬해 1월에는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정부도 이런 기조에 맞춰 첫 청년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2018년 3월 내놨다. 향후 최대 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만 15~34세)에게 연간 1000만원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을 56만 가구에서 75만 가구로 늘리는 내용의 ‘청년 주거지원 방안’이 발표됐다.

1년 뒤인 2019년 7월에는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방안’이 나왔다. 청년전용창업 융자 규모를 기존 13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일자리·주택·창업 지원 등 젊은층에게 절실히 필요한 정책들을 쏟아낸 것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범위를 만 19~34세로 규정했다. 이 법은 청년의 권리 및 책임, 청년 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사항에 체계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과 9월엔 두 차례에 걸쳐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특히 청년특별대책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청년들에게 60만원 상당의 마음건강 바우처를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4개 부처에 청년전담 기구를 신설했다.

지원 분야 늘리고, 공정 가치 아울러야


청년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책 발표에도 2030세대가 마음을 돌리지 않는 것은 젊은층이 중시하는 공정 키워드에 맞춘 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사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특혜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투기 사건 등을 거치며 분노를 키운 청년들이 주거·일자리 등 실무 지원보다 ‘특혜 없는 사회’ 조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창식 대구청년센터 본부장은 “현행 청년 정책들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아우르기엔 미비한 부분이 있다”며 “청년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공정을 담보하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일자리 창출에 치우쳐 있는 청년 정책의 방향을 다양한 분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창환 부산청년센터장은 “청년 일자리 대책은 오래된 문제지만,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굳이 취업이나 창업 분야뿐 아니라 청년들이 일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색다른 분야를 발굴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청년 정책은 곧 일자리 정책이었다. 일자리 문제가 수십년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이 가장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지원을 집중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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