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다시 불붙은 공매도 폐지론… 야당 대선주자들까지 갑론을박

주가 급락하자 개미 “금지”목청
홍 “완전 폐지” 유 “차단장치를”
전문가 “그래도 순기능 우세”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야권 대선 주자들이 공매도(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 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공매도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5개월 전 제도 개선에도 일부 개미(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시장이 여전히 외국인·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금지, 나아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이 정말 공매도 때문에 하락한 것일까. 과연 공매도를 없애는 게 답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증시가 약세를 띠었던 최근 한 달간(9월 13일~10월 12일)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6일 기준)의 주가를 살펴보면 셀트리온이 -19.8%, HMM -24.3%, LG디스플레이 -12.5, 금호석유 -10.7%, 신풍제약 -14.3% 등 낙폭이 큰 편인 건 사실이다. 이들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상장 주식의 0.5% 이상을 공매도 잔고로 보유한 투자자)는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 피엘씨,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등 외국계 금융사다.


이달 국회 국정감사 시즌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공매도 거래 관련 자료가 속속 나왔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공매도한 금액은 1조7600억원, 2위 SK하이닉스의 경우 8500억원가량이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76%, 기관은 22.1%였고, 개인은 1.9%에 불과했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반대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영원히 폐지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외국인 자본의 거의 대부분이 성장이 아닌 하방에 베팅하고 있다”며 “건전하고 우량한 기업에 실적 보고 투자하는 주주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공매도의 완전 폐지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매도는 ‘동학 개미’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식거래 제도”라며 “주식시장의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도 한다. 공매도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같은 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도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우리 증시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며 “저는 주식시장에 일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매도를 자동 금지할 수 있는 ‘차단장치’(일종의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에선 공매도가 증시 하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개인에게 특별히 불리한 거래 방법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은 확연하게 다르다. 우선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매도가 주가 방향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매도 때문에 특정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다기보다 그 종목이 하락할 만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시 급락이 공매도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월 공매도 재개 직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등 긴축 이슈가 부각되고, 기업 내지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다 보니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공매도 폐지 주장도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황 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가 없어지면 이른바 ‘상승에 대한 투자’만 남는다”며 “그러면 주가에 거품이 끼게 되고, 금융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개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과 위험관리 능력이 부족한 개인이 자칫 거품이 낀 주식을 샀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유동성 공급,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이 있고, 역기능으로는 시장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결제 불이행 위험 증가, 개인투자자의 소외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증 분석에 따르면 대체로 순기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세 차례 공매도 금지 기간(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의 자료를 분석하면 공매도 금지로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건 불과 며칠”이라며 “반면 유동성 감소나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은 몇 달간 지속됐다”고 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공매도 제도는 유지하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게 송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