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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 공수래공수처

[커버스토리] 출범 9개월… 사건 이첩률 83%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약 9개월간 검찰에 이첩한 사건은 전체 처리 사건 가운데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이첩한 것까지 합치면 83%다. 반면 공수처가 직접수사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포기하고,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이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수처 재량이 지나치게 큰 문제를 지적한다. 현행 법령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 범죄에 해당하더라도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수사하기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보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추상적인 기준 탓에 공수처는 “수사의 난이도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입맛대로 사건을 고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첩 시 세부적인 사유를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언론에 짤막하게 “수사의 상당성과 필요성,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을 내놨었다. 전문가들은 법안 개정을 해서라도 명확한 이첩 기준을 마련하고, 이첩 시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의를 원칙으로 두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개월간 10건 중 8건 검·경 이첩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공수처는 입건·불입건·이첩·분석중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검찰·경찰과 다르게 공수처는 분석조사담당 검사가 기초조사를 거쳐 수사개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공수처법 24조3항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을 종합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공수처가 지난 5월 2일 만든 사건사무규칙 25조1항에도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이 누구인지, 거주지·범죄지·증거에 대한 접근 가능성,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을 고려해 다른 기관으로의 이첩이 가능하도록 정한다.


공수처가 이 규정에 따라 지난 9개월간 검찰과 경찰에 이첩한 사건은 처리 사건으로 한정할 경우 1757건 중 1469건이다. 10건 중 8건 정도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수사기관으로 보낸 것이다. 문제는 이첩 기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라임 술 접대 사건 검사를 부실 수사했다는 혐의(직무유기)로 지난 2월 고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12명 사건은 검토 5개월여 뒤인 지난 7월 검찰에 이첩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부실 수사 의혹으로 고발장이 접수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옵티머스 사건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

또 공수처가 지난 7일 검찰에 이첩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이재명 경기지사 고발 건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일이어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해 표적 감사 의혹을 받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고발 사건은 감사원장 재임 시절 발생한 일이어서 수사 대상임에도 검찰에 단순 이첩됐다. 사건을 자의적으로 이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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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11명인 지청 1년에 1만건 처분”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공수처 사건을 일방적으로 떠맡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차장검사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경계하고자 만든 조직이라면 적어도 검사가 피고발인 사건은 ‘되든 안 되든’ 공수처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사를 마무리 짓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입건부터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관련 지난 6월 입건한 윤대진 검사장 등 다수 검사가 연루된 사건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열악한 수사 환경을 신속한 수사가 불가능한 배경으로 꼽는다. 공수처의 수사 규모는 현재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수사처검사 13명과 수사관 18명, 해경 3명을 포함해 파견 경찰 37명이다. 법에서 규정한 정원인 수사처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에 못 미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2일 공수처 첫 국정감사에서 “수사 검사는 9명뿐이고 검사와 수사관 추가 채용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법 개정으로 인력을 늘려주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시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와 비슷한 규모의 소규모 지청에서는 1만건 가까이 사건을 처리한다”고 꼬집었다.

이첩 기준 명확히, 협의체 소통 늘려야


법조계에선 구체적인 이첩 기준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수사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범위는 넓은데 인력은 25명으로 제한돼 있어 수사 여건이 열악하다”며 “그렇다 보니 이첩 기준을 알아서 해석한 뒤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의 없이 보내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 하기 싫은 건 안 해도 되게 만들어 놓은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이첩 기준 등을 정할 때 다른 기관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선 내부 규칙보다 상위의 명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지금은 수사기관마다 수사 범위가 헷갈리고 협의도 안 된다”며 “공수처는 행정 각 부에 속하지 않으니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꾸리거나 대통령령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도 국정감사에서 사건사무규칙 제정 전 의견수렴을 위해 검·경·공 3자 협의체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렸다며 어려움을 표시했다.

이 전 협회장은 “공수처가 모든 사건을 수사하라는 건 검찰만큼 안정적인 조직이 됐을 때의 이야기”라며 “고위 공직자의 부패사건을 엄단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 의심을 받지 않고, 정말 중요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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