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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부동산 대선 공약 비현실적… 92년 ‘반값 아파트’ 재탕도”

[인터뷰 사이] 김경민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김경민 교수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는 패닉 상태”라고 진단했다. “심리를 안정시킬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갑자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막아버리니 더 쫓기게 된다. 정부 정책의 큰 가이드라인은 가급적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일성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호 공약도 ‘부동산’이었다. 150일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민심의 향방을 가를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민(49)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함께 여야 유력 주자인 이 지사, 윤 전 총장, 홍준표 의원의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고 대선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들었다.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출신으로 보스턴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며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마켓을 분석해 실물 부동산에도 밝다. 그는 서울의 평균 땅값과 용적률, 건축비, 공용면적 등을 고려해 몇 평의 땅에 전용면적 25평과 33평짜리 아파트 몇 세대가 가능한지 시뮬레이션해 보이며 후보별 공급 공약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공약의 방점은 공급 확대에 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작용일 텐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실패다. 임대차 3법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시점이 잘못됐다.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법이기 때문에 매매가가 안정됐을 때 시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서울은 2015~18년 공급이 약간 줄었지만 19~20년에는 공급이 없지 않았다. 19~20년의 폭등은 정책 실패와 과도한 유동성이 문제였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말씀인데,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공약에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이라는 공통된 내용이 있다.

“지나치게 많다. 지금 상황에선 무조건 공급하겠다는 액션을 취하는 게 맞지만 실현 가능한 숫자를 말해야 한다. 노태우정부 때 1기 신도시 조성으로 공급한 물량이 200만호였다. 지금 어떻게 250만호를 하겠나. 지방 광역시에는 미분양이 나오는데 그 정도 물량 폭탄이 전국에 쏟아지면 주택시장이 장기간 정체·하락했던 1990년대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은 어떻게 평가하나. 무주택자는 누구나 월 60만원 정도를 내면 역세권 30평대 아파트에 3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건 솔깃하다.

“월부담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현실성이 의심된다. 토지임대부와 지분적립형으로 해도 계산이 잘 안 나온다. 이 정도 공약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숫자로 명확하게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의 대표 공약은 ‘청년원가주택’이다. 무주택 청년 가구가 분양가의 20%만 내고 들어가 살다가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매각하면 국가가 차익의 70%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다.

“10억짜리 아파트를 청년은 2억만 내고 나머지는 정부가 낸다는 건데, 걱정스러운 건 가격 하락 시점에 어떻게 리스크를 나눌 것인가 하는 점이다. 10억짜리가 7억이 되면 3억 손실을 누가 책임지는 건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윤 전 총장의 ‘역세권 첫집주택’ 역시 이 지사의 기본주택처럼 역세권 부지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역세권 주택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입했던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선례가 있다.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줬고, 건설사들이 달려들었다.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가격을 어느 정도로 매길 것인가가 중요한데 20만호라는 물량만 강조하는 건 이상하다. 강북구에서 가장 큰 길음 미아 뉴타운이 1만6000호인 걸 감안하면 어디에 지을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홍 의원은 서울 강북지역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쿼터 아파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로또 아파트 아닌가.

“이명박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이 주변보다 30% 저렴했다. 땅값이 안 드는 곳에 지분적립형으로 용적률 1000%로 하면 겨우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주택이든 원가주택이든 쿼터 아파트든 불만스러운 게 있다. 반값 아파트는 92년 대선 때 정주영 후보의 공약이었다. 30년이 지났는데 대선 후보들이 고민한 결과가 겨우 이 정도냐는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이 더 세밀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정책 철학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놓치는 게 있다. 도시가 아닌 인구가 소멸되는 지방, 그중에서도 1인 노인 가구다. 청년도 중요하지만 대선 후보라면 한 명이라도 지방의 노년층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모델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야당 주자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재건축 재개발을 위해 용적률을 완화하면 강북의 빌라, 다세대가 폭등해 서민들에게 충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민을 보호할 장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은 대규모 재개발을 할 때 기존 주민의 재정착률을 따진다. 50%만 돼도 너무 낮다고 하는데 한국의 뉴타운은 높아야 20%다.”

-부동산세 관련 공약은 어떤가.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내걸었다. 현재 0.17% 수준인 실효세율을 점진적으로 1%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되 세금을 늘리거나 더 강하게 규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세금으로는 못 잡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효세율이 1%다. 보유세가 높아도 집값이 뛸 때 팍팍 오른다. 보유세가 평상시에는 부담이 되지만 유동성이 과도하거나 경제가 성장할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1%까지 올리겠다면 종부세는 없애는 게 낫다고 본다. 종부세 과세 기준도 애매하지 않나. 납세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일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양도세율 인하와 재산세 부담 경감을 내세웠다. 부동산 폭등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보유세와 양도세를 둘 다 낮추면 당연히 주택값은 올라간다. 지금 같은 패닉 바잉 상황에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세율이 주택 구매자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을 줘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는 하나가 높으면 다른 하나는 낮아야 한다. 특히 보유세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적당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대책으로 ‘개발이익 완전 국민 환원제’와 택지 100% 공영개발을 말한다.

“그럼 어느 개발업체가 달려들겠나. 외국에서도 모두 민간 공공 합동 개발을 하고 있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까. 많은 유권자가 ‘집값 잡을 후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책 목표는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주거복지 실현이어야 한다. 초부유층의 몇십억짜리 주택은 그냥 둬도 상관없다. 세금으로 잘 거두기만 하면 된다. 그쪽에 집중하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쏟을 관심이 줄어든다. 주거복지의 대상은 명확하다. 중산층과 서민이 적정한 가격을 내고 적정한 퀄리티의 주택에서 장기간 임차나 매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어느 후보의 공약에 높은 점수를 주겠는가.

“큰 차이가 없어 실망스럽다. 선거마다 임대아파트 짓겠다는 공약은 곤란하다. 윤 전 총장 공약 중에 청년 신혼부부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상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 공약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집권 3년차에 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는 게 좋겠다. 그때쯤에는 가격도 안정되리라고 본다.”

-3년 후에는 집값이 꺾인다고 전망하는 건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8명이 2024년까지 이자율을 2%로 올린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평균 2.5%다. 한국이 미국보다 낮을 수는 없으니 2024년까지 2.5% 또는 3%까지 갈 것이다. 이자율이 오르면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율이 오르고 공약처럼 공급 폭탄이 나오면 장기 침체로 갈 수도 있다.”

-내년에도 공급 물량 부족과 각종 규제 때문에 집값이 급등할 거라는 의견도 많은데.

“미국에서 일할 때 글로벌 오피스 건물의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링을 담당했다. 그때 만든 예측 모형과 비슷하게 주택 시장을 분석했다. 다른 요소가 다 고정된다고 봤을 때 이자율이 0.5%에서 1.5%로 올라가면 내년 말까지 올해 6월 대비 10~17% 떨어진다. 2020년 1분기 가격으로 돌아가는 수준이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버블이라고 본다. 이자율이 1.5%가 되면 버블이 꺼지고, 2~3%가 되면 더 하락할 것이다.”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안 팔고 안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매수자는 지금 살 때가 아니다. 매도자는 양도세 완화가 언급되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2~3년 후에는 시장 상황이 바뀔 것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고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급 스케줄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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