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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과일

요조 가수·작가


가을이라는 계절의 인식은 감과 함께 온다. 무심코 들른 마트에 반들반들한 감들이 고양이 뒤통수마냥 동글동글 놓여 있는 것을 볼 때 나는 가을이구나, 이제는 꼼짝없이 가을이 됐구나 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감에도 품종이 많다. 단감에는 부유, 태추, 로망, 감풍, 조완, 원미, 연수, 조추, 감추 등이 있고 홍시에는 갑주백목, 청도반시, 상주둥시, 금홍동시, 산청단성시, 월하시, 수홍 등이 있다. 나는 홍시를 무척 좋아한다. 가을에는 늘 집에 홍시가 끊이지 않도록 구비해두고 하루에 하나씩 먹는다. 홍시 대신에 연시나 반시가 있으면 그것을 사기도 한다. 내가 감을 먹을 때 유일하게 조심하는 것은 많이 먹지 않는 일이다. 변비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감나무도 좋아한다. 감나무는 정말 아름답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감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감나무가 열린 곳에서는 어김없이 감을 따먹으려는 사람들의 버둥거림이 있다. 맨 꼭대기의 감 몇 개는 새를 위해 남겨 놓는다는 오래된 전통도 좋아한다. 인간과 동물이 공평하게 풍요를 나누는 일이 적어도 감나무 아래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가능한 한 매일 과일을 먹는 것을 내 인생의 중요한 복지로 여기고 있다. 사계절 내내 제철과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과일을 사는 일은 불안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맛없는 과일을 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과 앞에서, 딸기 앞에서, 수박 앞에서, 복숭아와 배 앞에서 잔뜩 긴장한다. 그러나 나는 감을 살 때 불안하지 않다. 아무거나 사도, 어디에서 사도 감은 한결같이 달고 맛있다. 감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과일이다. 나는 감을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이것 집었다가 저것을 집었다가, 통통 두들겨보다가, 냄새를 맡아봤다가 하면서 불확실과 씨름하는 일 없이 아무렇게나 선택하고 그 길로 무조건 신났으면 싶다.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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