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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미리 보는 ‘위드 코로나’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이곳저곳 할 것 없이 묘하게 들썩거린다.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라는 선언의 효과다. 다만 들썩거림 속에 제각기 기대와 불안을 담은 질문이 담겨 있다.

드디어 아이들이 매일 등교하게 되는 거냐는 학부모들의 질문은 기대에 가깝다. 친구들을 편히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냐며 연말 약속을 타진하는 질문에도 기대가 담겨 있다. 이를 고대해 오던 업소들은 핼러윈 장식을 하고, 몇 명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다리던 공연이 이번엔 열릴 거라는 기대감에 매일같이 예약 사이트와 팬 카페를 드나들고, 1년 넘게 미뤄온 결혼식을 하려고 수소문하는 모습도 곳곳서 보인다. ‘하늘길이 열려도 불안해서 쉽게 가게 되겠냐’던 해외여행도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 해외를 다녀와도 국내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것 아닌지 궁금증이 몰린다. 이미 항공권 판매가 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여행 상품 광고도 부쩍 늘었다.

동시에 전혀 다른 질문도 있다. 백신도 안 맞은 아이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과밀학급에서 빽빽이 앉아 수업을 듣게 되는 건지, 걱정 가득한 질문엔 뾰족한 답이 찾아질 것 같지 않다. 한 학교 내 9개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확진자 외엔 모두 ‘아무 일 없는 듯’ 등교한다는 미국 사는 지인 이야기에는 우리도 이제 그렇게 될 건지, 갑자기 그렇게 괜찮아지는 건지 헷갈려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재택 근무·칼퇴근은 이제 사라지나, 다시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게 되는 건가. 암담해지는 물음이다. 그토록 기다려온 ‘노 마스크(No Mask)’를 언급한 당국자가 불같은 비판을 받은 건 ‘벌써 그래도 되느냐’는 불안의 표시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게 뭔지 막연한 상태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의 모습이나 기대치가 그만큼 다른 셈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생각들에도 ‘위드 코로나=기존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푸는 것’이라는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인식은 정부와 방역 당국이 심은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위드 코로나를 예고할 때마다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카운트다운하듯 설명해 왔다. 지난 15일엔 앞으로 2주간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음 달 새 방역 체계로 가는 징검다리 격 지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다음 달 제시될 방역 체계가 ‘이번 조정안보다 완화된 거리두기’라고 예상하게 한다.

물론 신규 확진자 억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방역 체계보다 모임·영업 제한, 역학조사 등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의 본질이 그저 방역 완화로 이해되는 건 위험하다. 위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어도 괜찮다’는 얘기다. 대신 백신 접종을 방패 삼아 감염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체계에선 사회가 감내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영국, 싱가포르, 북유럽 등 선례를 보면 확진자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백신 접종은 더욱 중요해진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치명률을 관리한다 해도 사망·중증 환자의 절대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K방역하에 확진자를 비교적 철저히 관리하며 사망자도 하루 10~20명 수준으로 유지해 온 우리 사회에서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장밋빛 방역 완화 예고보다 우리가 감내할 일에 대한 현실적이고 명확한 정보 공유가 우선돼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굳어져 버리면 뒤늦은 설명은 오해를 남기고 논쟁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거리두기, 마스크 해제부터 했다가 확진자 급증을 겪은 영국 등 선례를 따라갈 이유는 없지 않겠나.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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