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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위축된 마음 펴기

심희정 온라인뉴스부 기자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일상의 생활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약이 가장 컸던 수도권에서도 18일부터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8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됐고, 영화관과 공연장은 자정까지 문을 연다. 무관중 경기가 원칙이었던 스포츠 경기도 접종 완료자에 한해 실내는 정원의 20%, 실외는 30%까지 관람을 허용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집단면역 시기를 11월로 예측했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다. 여전히 주변에는 백신을 맞은 사람보다 맞지 않은 사람이 많았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도 거셌다.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점차 주변에서도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백신 인센티브도 접종에 속도를 내는 데 일조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85% 수준에 이르면 마스크 없는 생활도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21개월 전의 일상이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여행이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여행 유튜브를 챙겨보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남미,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곳곳을 누비는 유튜버들을 화면 속에서 보는 것만 해도 여행에 대한 갈증이 일시적으로나마 해소됐다. 그들은 카메라를 통해 이미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각국의 일상을 보여줬고, 마스크 없이 웃고 떠드는 풍경에 물들었다. 나도 저기에 있고 싶은데, 그렇게 싫어하는 장시간 비행도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았다.

그런데 팬데믹에 갇혀 산 지 1년9개월째다 보니 막상 잔뜩 움츠러든 마음을 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행사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괌이나 싱가포르 여행 상품은 눈으로만 보고 외면하기 일쑤였다. 항공사 홈페이지를 며칠 동안 들락날락하다가도 ‘결제’ 버튼을 누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두려움이 앞섰다. 현지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유심칩을 사고, 현지 통화로 환전하고, 공항버스나 기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숙소까지 향하는 여정은 생각만으로 아득했다. 서울을 벗어나 본 지도 꽤 됐는데, 여권을 들고 국경 밖으로 나가는 일은 중압감마저 들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연말 모임을 약속하고 간단한 여행을 계획했었다. 물론 대부분 무산되긴 했지만 기대와 설렘의 감정은 남아 있었다. 당시 썼던 칼럼에서 나는 희망을 가득 담아 올해 언제쯤에는 발리, 치앙마이, 삿포로 같은 도시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마침 이달부터 발리와 치앙마이는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국을 허용했다. 반가운 소식 앞에서 나는 머뭇거릴 뿐이다. 그렇게 바라던 일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무거워진 몸과 마음은 쉽게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동안 머물러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의 크기도 그만큼 작아진 듯했다. 삶의 반경은 동네로, 집으로, 방구석으로 더 작아지기만 했다. 낯선 이보다 익숙한 얼굴들만 보게 된 지도 오래다. 그래서 일상 회복이란 말은 이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 일상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집밥과 배달 음식이, 오후 10시 전 귀가가 일상이다. 줄어든 바깥 생활만큼 마음은 옹졸해져만 갔다.

위축된 마음을 펴는 연습을 할 때가 왔다고 느낀다. 잔뜩 웅크린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집 밖에 나가면 3시간 만에 방전돼 버리고 마는 피폐해진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 조심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미뤄왔던 약속을 조금씩 다시 잡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도, 여행도 어려워지지 않는 진짜 일상 회복이 시작될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을까. 위드 코로나의 시작이 설레고 기대된다.

심희정 온라인뉴스부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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