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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등린이 전성시대

고승욱 논설위원


등산이 다시 떴다. 중장년층이 수십년 독점했는데 코로나19에 지친 MZ세대가 뛰어들었다. 화려한 색과 파격적 디자인이 검은색과 회색 뿐이던 산길을 점령했다. 스스로를 등린이(등산+어린이)라 부르는데, SNS로 경험을 공유하고 요령을 익혀 웬만하면 산악회 10년차 수준이다. 어지간해서는 못 나선다는 혼산(혼자 등산하기)에도 거침없이 도전해 멋진 사진과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남긴다. 실컷 먹고 도토리 주워 왔던 구식 문화는 ‘쿨’하게 진화 중이다. LNT(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를 넘어 쓰레기를 줍고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LGT(Leave Good Trace·선한 흔적 남기기)가 대세다. 산에서 1㎞ 걸을 때마다 기부금이 쌓이는 나눔실천 프로그램도 유행이다.

사람이 모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지니 관련 산업도 살아났다. 요즘 등산용품 전문점이 모여있는 서울 종로5가에서 M·G·O사 같은 국내외 전문업체의 60ℓ 이상 대형 배낭이 동이 났다. 등린이들이 북악산, 인왕산에 갔다가 북한산, 관악산을 경험하더니 먼 곳의 큰 산으로 눈길을 돌린 여파다. 지난해 국립공원 내 대피소 대부분이 문을 닫자 산속 야영지에서 비바크(biwak)를 하는 사람이 많아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과시형(flex) 구매도 폭발적이다. 해외여행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드니 세계적 명품 장비를 과감하게 장만한다. 국민지원금으로 ‘지름신’(억제할 수 없는 충동적 구매를 의미하는 말)을 만났다는 친구도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레저 스포츠 관련 신용카드 사용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크게 늘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모두 코로나19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보복 외출 심리에 사람이 덜 붐비는 산에 갔던 MZ세대가 등산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것을 보면 참고가 될까. 레저 분야만 그런 게 아니다. 30년 가까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하루를 사는 방법’이 달라졌다. 이제 코로나19는 끝이 보이는데, 우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을까.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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