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제한’ 푼 정부… 이번엔 ‘DSR 조기 강화’ 꺼내나

“자칫 정책 유턴 뉘앙스 줄 우려”
“규제땐 자금난 재발” 반발도 커
신한 2.5조 남아 연말 수요 몰릴듯


전세대출 제한을 풀며 실수요자의 전세 자금 마련 요구에 백기 투항한 정부가 대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아예 차주별로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대출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7일 “이달 말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DSR 규제 강화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며 “실수요 서민 보호 차원에서 전세대출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했을 뿐 전체적인 관리 방안에는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 제외 방침이 자칫 시장에 ‘정책 유턴’같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당국은 당초 예상 시점 보다 서둘러 DSR 강화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쉽게 말해 갚아야 할 금액(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부분을 넘지 못하도록 개인별로 규제하는 것이다. 지난 7월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선 시중은행에서 40% DSR 규제가 시행 중이다. 제2금융권의 경우 평균 60%를 적용받는 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당국은 내년 7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시,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시 DSR 규제를 적용토록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평가하기 때문에 상당한 억제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국은 이달 말 가계부채 대책에서 이런 조치를 앞당기거나 비은행권 역시 시중은행처럼 평균 4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 여러 방향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난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정부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은행들은 오는 27일부터 전세 계약 갱신 시 전세대금 증액분만큼만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재 전세 대금을 자비로 마련했든, 대출 한도를 채우지 않고 일부만 대출을 받았든 갱신 시점에서는 오른 전세값 만큼만 대출해준다는 의미다.

이처럼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이 예고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 ‘나 홀로’ 3%대를 유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연말 대출 시장 주도권을 쥘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 7일 기준 4~7% 수준을 기록하며 당국의 가이드라인(5~6%)에 육박하거나 넘어선 상태다. 전세대출이 정상화되면서 은행권의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3.16%에 불과해 2조5000억원 안팎의 가계대출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제한까지 풀리면 연말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에서 제외된 전세대출 한도까지 더해지면서 연말까지 가계대출 여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타행이 연초부터 대출 확대로 이자 수익 극대화를 꾀했던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가계 대출 중단 파동 이후 올해 목표치를 세분화해 관리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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