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난민 체류지침 공개 판결… “난민 인권운동 새 역사”

체류·구금 관련… 14년 만에 승소
법적근거 안 밝힌 밀실행정 제동
인권단체, 심사 투명성 제고 기대

2019년 루렌도씨가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난민 심사 소송 패소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가 난민 정책의 근거가 되는 체류 지침을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오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인권단체들은 “난민 인권운동의 새 역사가 열리는 순간”이라며 난민 심사의 투명성 역시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제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난민인권센터가 제기한 난민 체류지침 정보공개 소송에서 ‘법무부의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최근 판결을 내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난민지침(난민 인정 심사·처우·체류지침)은 난민 심사 등 행정 절차 및 체류 자격에 관한 기준이다. 이번 소송은 난민지침 중 체류 및 구금에 관한 것이다. 소송에서 ‘난민지침의 알 권리’를 인정한 것은 14년 만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난민지침을 알 수 없어 ‘깜깜이 행정’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례로 난민 신청자 A씨는 지난해 법무부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여권을 가져오지 않으면 난민 심사를 해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내전 중이라 위험해 대사관에 갈 수 없다”며 “왜 내게만 요구하는 것인지 관련 지침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출입국사무소의 회신은 없었다. A씨는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미등록 체류자가 돼 벌금도 물었다.

체류 연장 간격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집트 국적의 B씨는 수년 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다른 국적의 난민은 통상 3년에 한 번씩 체류 연장을 신청하지만 B씨는 ‘1년에 한 번씩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럼에도 B씨는 체류 연장 신청 간격이 다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법무부는 난민 제도를 통해 체류를 남용하는 일반 외국인이 있을 수 있다며 지침 공개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은 “난민 심사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별 난민에게 화살을 돌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난민지침은 권리 의무와 실제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공개하더라도 국가 안전 보장 및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도 법무부가 바로 난민지침을 공개할지는 불투명하다. 법무부는 2007년 대법원이 ‘난민지침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난민지침을 제한적으로 공개했으나 2010년 6월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난민 생존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는 데다 난민 인권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지침 공개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2018년 12월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탓에 공항에서 280일 넘게 체류한 콩고 출신의 루렌도 가족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결정은 루렌도 가족 6인에 한정됐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잇단 (난민 관련) 승소 판단에 따라 향후 정책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난민에 대한 무분별한 인권침해는 발생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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