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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거리두기를 통해 배웠던 것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시작됐다. 수도권에서는 낮과 밤 구분 없이 최대 8명, 비수도권에서는 최대 10명까지 모일 수 있다. 비수도권 식당·카페는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고, 수도권 스포츠 경기에는 ‘백신 패스’가 적용돼 접종완료자에 한해 현장 관람이 가능해졌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가 64.6%로 국민의 3분의 2에 육박한 만큼 접종완료자를 ‘투명인간’이라고 일컫는 농담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초조함이 지배했던 2년 가까운 시간의 그늘이 서서히 걷히는 듯하다. 그늘이 다 걷히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과연 거리두기의 경험은 우리 사회에, 사회의 구성원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할까.

지난해와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은 이전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될 것임을 직감한다. 직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하게 됐을 때 다른 대학생활을 보낸 직장 선후배들 속에서 홀로 동떨어진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 초 전문대학을 졸업하게 될 이들에게는 벽이 한층 더 높게 느껴질 것이다.

지난 2년간 초중고 학교생활을 한 친구들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이 향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지울 수 없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력 저하 우려는 물론 기존의 교육계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 학교 현장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사회생활 초년병들에게 거리두기가 종료돼 회사로 매일 출근하게 되는 생활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회식 때 노래방 가면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올라온다는 기사를 접하며 누군가에게는 이런 상황이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닌, 절박한 고민일 수도 있겠다는 점을 깨닫는다.

대면 접촉이 제한될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가도 배웠다. 사회보장제도의 틀 속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 등 많은 1인 생활자와 장애인 가족 등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 미처 이런 상황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정책과 제도의 빈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으나 그 고통을 그나마 보듬은 것은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의 아이디어와 희생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보건소와 공공의료 현장의 모습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평소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방치돼 왔던, 관성화된 채 느슨해져 있던 공공의료의 허점이었다. 그것을 메운 것은 의료진의 헌신이었다. 그들이 몸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감염병 상황은 의료체계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을지도 모른다. 가장 큰 고통을 맛봤던 자영업자들을 향한 정책적 고민은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도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모이는 사람의 숫자를 바꾸면 한 산업이 무너질 수 있고, 어떤 이들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거리두기가 끝난다 해도 자영업자들이 겪은 피해는 당분간 누적돼 한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정책적 결정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었나, 전문가들의 얘기를 경청해 결정한 것이었나를 따져봐야 한다. 잘못된 결정에 대해 “그때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하기만 하면 거리두기 속에서 배울 것은 없다. 냉정하게 평가해야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과 후보 캠프 구성원들도 정책 결정자라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지원금 얼마 줄게 하는 따위의 얘기만 하지 말고.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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