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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CPTPP 문전성시 기회 활용해야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중국과 대만이 거의 동시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다. 중국이 지난달 16일 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대만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나의 중국’을 두고 양안 간 첨예한 견제의 연장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무대가 CPTPP라는 것이 흥미롭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CPTPP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통상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대만의 동시 가입 신청으로 가장 당황한 국가는 일본일 것이다. CPTPP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통상질서를 주도할 목적으로 설계해 중국을 제외한 주변국을 끌어들였고, 2015년 타결 당시에는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미국이 공식 탈퇴했고, 일본 주도로 나머지 11개국이 모여 2018년 12월 말 CPTPP를 발효시켰다. 일본을 비롯한 회원국은 기존 TPP 상품양허 협상 결과를 유지하되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환경 등 29개 조항을 유예하면서 미국의 복귀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바람과는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까지 CPTPP 재가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가입 신청으로 일본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일본으로서는 올해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CPTPP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면서 중국의 가입 조건을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정하려고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나머지 회원국을 설득할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정작 미국 정부는 CPTPP 재가입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 지난 4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PTPP는 몇 년이 지난 협정이고 미국은 보다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가입 신청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CPTPP 가입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CPTPP는 가입하고 싶다고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는 협정이 아니다. 11개 기존 회원국 모두와 개별협상을 통해 그들의 요구조건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의장국 일본과의 껄끄러운 외교 관계 개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에 의한 국내 산업 영향, 낙농업 강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 대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민감한 의제가 겹겹이 쌓여 있어 우리가 기존에 체결한 FTA와는 격이 완전히 다르다. 영국과 중국에 이어 대만까지 CPTPP 가입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입을 주저한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이 펼쳐왔던 공세적 통상정책의 맥이 끊기는 것을 의미한다. 공세적 통상정책을 포기하면 우리가 추후 맞닥뜨릴 FTA 협상에서 상대국을 압박하고 협상의 레버리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도 없다.

지금 가입 신청을 하더라도 국내 절차, 기존 회원국과의 협상을 고려하면 최소 2~3년이 소요되므로 국내 제도 정비 및 관련 업계와의 소통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중국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가입 협상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현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여러 나라가 가입 신청을 했을 때 동참해야 우리에게 집중될 견제와 협상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가입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결단과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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