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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이 디지털세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

이경상(대한상공회의소 전무·경제조사본부장)


202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세가 시행된다는데도 일반 기업은 내 일처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디지털세가 2010년쯤 프랑스에서 도입된 ‘구글세’ 제도를 모태로 하고 있고, 명칭만 보면 디지털 분야에 적용되는 세금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요 20개국(G20) 합의안은 해운업만 제외될 뿐 일정 규모 이상 다국적기업에 전면 적용된다. 이 내용대로 이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니 명칭만 ‘디지털세’이지 실제로는 일반 ‘다국적기업세’인 셈이다.

당초 타깃이던 구글 등 디지털 분야 초거대기업 과세는 연결매출 27조원, 영업이익률 10% 초과 시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된 점은 예상대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필라1과 별도로 연결매출액 1조원 이상인 경우 15% 글로벌 최저한세제도를 적용하는 필라2 부분이 추가된 점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연결매출 1조원은 문턱이 매우 낮다. 해당 기업이 얼마일지 간접 추정해보면 총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 소속 해외법인이 470개에 달한다. 연결매출액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다.

또 은행과 증권 등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 세계 각국에 수많은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데, 이들 해외법인도 사정권이다. 이 숫자는 기업 매출이 늘거나 물가가 오르는 데 비례해 늘게 된다. 제도 정착 시 기준금액 자체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크다. 디지털세는 삼성전자 등 국내 일부에 국한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해외시장 개척을 많이 하는 우리 기업들에 ‘발등의 불’인 것이다.

먼저 기업의 세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따져봐야 한다. 혹자는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 등을 활용하면 추가 세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럴까?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초과 이익이 발생해 해외 현지에 납부한 경우만 적용된다. 실효법인세율이 15% 이하인 국가에 진출한 기업은 미달세액만큼 현지가 아닌 우리 국세청에 세금을 추가 납부한다. 외국납부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다. 가뜩이나 경쟁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세부담이 추가 발생하는 일은 재앙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디지털세는 법인세로서 신고납부 대상이다. 국가마다 법인세율이 다르고, 동일 국가에 여러 법인을 둔 경우 법인마다 실효세율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납부세액 산출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납세협력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불성실신고와 가산세 부과 등으로 이어진다. 정부에서 디지털세 계산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원천징수제도 수준의 성실납세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행 시기 연기 또는 계도기간 운영 등의 방안도 검토하기를 희망한다.

기업들도 글로벌 최저한세제도가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진출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법인세율 때문에 독일이나 프랑스가 아닌 스위스나 헝가리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우리 기업을 유치하려는 해외 현지 당국과 협상을 벌일 때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쉽게 말해 법인세 감면 혜택 대신 공장용지 장기임대와 같은 다른 혜택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세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있어 새로운 부담 요인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제도 시행 전까지 필라1과 관련해 중간투입재에 대한 최종매출액 귀속기준, 과세배분액의 이중계상 방지를 위한 ‘세이프하버’ 등을 놓고 주요국과 논의할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 다수 기업의 실질 세부담은 필라2에서 크게 늘어난다. 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실질 세부담 증가 최소화를 위해 경제계와의 소통 및 보완장치 마련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

이경상(대한상공회의소 전무·경제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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