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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코리안 인베이전

한승주 논설위원


1960년대 중반 비틀스를 위시한 영국 가수들이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 팝 역사를 바꿔 놓았다. 이 사건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K팝 대표주자 방탄소년단,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 등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인기에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다. 그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문화의 침투에 맞서는데 걱정해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소프트파워 강국이 됐다”며 “한국 정부가 장기간 공을 들였던 한국 문화 침공이 현실화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필자는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한국 콘텐츠의 성공을 정치·외교적인 시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서구 문화가 냉전 시대를 종식했던 것처럼 한국 문화가 한반도 상황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맥도날드, 코카콜라, 비틀스 등 서구 문화 수출품이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매혹적인 열매로 북한 주민들을 유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 문화 유입을 경계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된 USB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대중가요를 듣고 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본 북한 주민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이 더 커졌다는 탈북자의 말도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과 이코노미스트에서 각각 서울 주재 특파원을 지낸 제임스 피어슨과 다니엘 튜더가 쓴 책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평양 주민들은 부자든 빈자든 한국 가요를 즐겨듣고 한국 TV프로그램에 중독돼 가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이 한반도에 훈풍까지 불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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