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한국판 국민 엄마’ 메르켈을 기다린다

퇴임 앞두고 레임덕 없이 지지율 높아
돋보이는 ‘엄마 리더십’ 원천은 신앙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나치에 의해 희생된 600만명의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티(Mutti)’는 엄마라는 뜻의 독일어입니다. 16년 동안 네 차례나 총리직을 수행했던 앙겔라 메르켈(67)의 별명이기도 하죠. 사랑과 존경의 의미가 담긴 애칭으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의 퇴임을 앞두고 그의 탁월했던 지도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퇴임은 쓸쓸하기 마련입니다.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일컫는 레임덕을 피할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죠. 지지율은 떨어지고 작은 허물이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르켈은 예외인 것 같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 75%가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옳은 일이라면 반드시 관철했던 지도자였습니다. 정치적인 거래 대신 대화와 설득이라는 긴 여정을 택했죠. 아프간 난민을 구하기 위해 앞장섰고, 그린피스 창립 기념 행사에 참석해 다자 간 조치로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다며 공동 대처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정상회의를 가진 뒤엔 코로나19 백신 7000만회분 지원을 약속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켈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였다”면서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삶의 둥지를 제공했고 재임 중 이스라엘을 여덟 차례나 방문해 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를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독일인들이 영원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돋보이는 지도력의 원천은 신앙이었습니다. 루터교 목사의 딸인 메르켈은 일생 신앙인으로 살았습니다. 정 교수도 독일 가톨릭 프레스센터 편집주간 폴커 레징의 책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한들출판사)에 소개된 메르켈 총리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한 삶은 자신이 아니라 타자의 존재가 삶의 중심에 있습니다.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누구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퇴임을 보며 우리 정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를 둘러싼 검증과 당 경선이 치열합니다. 대선 잠룡 중에는 느닷없이 주일예배에 출석해 ‘하루 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신앙인으로 알려진 후보들도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길 때도 있죠. 메르켈 총리의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참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신앙, 삶으로 드러나는 신앙,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며 풍기는 복음의 향기가 신앙의 본래 모습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정치하는 ‘한국판 메르켈’을 기다리기에 앞서, 나부터 신앙인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메르켈 총리를 통해 신앙인다운 삶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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