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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아트페어

태원준 논설위원


이탈리아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재작년 미국 마이애미의 아트페어에서 바나나 1개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작품 ‘코미디언’을 선보였다. 1년 넘게 준비한 거라고 했다. 작업실 벽에 바나나를 붙여놓고 ‘바나나 대신 뭘 붙일까’ 1년 이상 고민하다 ‘그냥 바나나를 붙이자’ 했다는 것이다. 가격은 1억4000만원이었는데 세 점이 팔렸다. 누군가 구매하면 떼어내고 새 바나나를 붙여 다시 파는 식이었다. 구매자는 곧 썩을 바나나 대신 보증서를 갖고 돌아갔다. 어떤 벽에 어떤 각도로 바나나를 붙이면 이 작품이 된다는 설명이 보증서에 적혀 있었다. ‘이렇게 하면 예술이 된다’는 작가의 아이디어를 사가는 거였다.

카텔란이 속한 갤러리의 에마뉘엘 페로탱 대표는 바나나가 세계 무역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런 작품은 팔리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 무형의 아이디어가 작품인데, 가치를 인정하는 구매자가 없다면 예술로 남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아트페어는 전시회나 비엔날레와 달리 이렇게 거래를 목적으로 열린다. 생산자(작가)와 상인(갤러리)과 소비자(컬렉터)가 한자리에 모이는 거대한 시장이다. 지갑을 여는 컬렉터의 손길이 작품의 가치를 좌우하며, 페로탱의 말처럼 소비자의 구매 행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선언이 되기도 한다. 아트페어가 없었다면 카텔란 같은 미술가는 설 자리가 매우 좁았을 테고, 그들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제공하는 아이디어와 영감도 그랬을 것이다.

엊그제 끝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9만명 가까이 다녀갔고 650억원어치 작품이 팔렸다. 미술시장을 주식이나 코인 같은 투자처로 여기는 젊은 컬렉터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술의 상업화를 걱정하는 얘기가 벌써 들리는데, 과거에도 귀족의 후원 아래 예술활동이 이뤄졌던 것을 보면 어차피 예술과 자본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예술 하는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된다면, KIAF 컬렉터들이 미술작품을 사갔든 투자상품을 사갔든 뭐 어떠냐 싶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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