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다중 채무자 급증… ‘곱배기 이자’ 부실 우려

20대 다중채무자 증가 가장 빨라
정부 청년금융지원 부메랑 우려
빚만 갚다 소비 주축 사라질 판


부동산 ‘패닉 바잉’과 ‘영끌’ 투자 열풍으로 복수의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다중 채무자는 전체 연령 평균보다 3배 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MZ세대의 부동산 절망감을 달래기 위해 쏟아낸 정부의 청년 금융 지원 정책이 오히려 이들의 미래 소비 여력을 갉아먹고, 부실 함정에 빠뜨리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신용·전세대출 동시 차입 현황’에 따르면 1분기 신규 주담대 대출자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했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은 대출자 비율은 41.6%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비율은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지난 3년 동안 분기마다 빠짐없이 늘었다. 신규 주담대 대출자 중 기존에 전세자금대출이 있거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같이 받은 비율도 8.8%로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다중 채무자의 대출 이자가 크게 불어난다는 점이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8월 기준 19.6%에 불과하다. 다중채무자 대부분은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시장, 암호화폐(가상자산)에 ‘영끌’ 투자를 했던 20대 다중 채무자는 급증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다중 채무자는 2019년 74만4000명에서 지난해 78만2000명으로 1년 새 5.17% 증가했다. 전체 연령의 다중채무자 증가율(1.45%)의 3.5배에 달한다. 올 상반기까지 20대 다중 채무자는 83만4000명으로 더 늘었고 대출 잔액도 47조6512억원에 달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 잔액 중 2030세대 부채 비중은 지난해 말 27%까지 상승했다.

정부가 2030세대를 대상으로 확대한 정책 금융 지원이 이들의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청년층 주거 지원을 위한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면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값 상승→전·월셋값 상승→젊은 층의 전·월세 대출 증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대출 상품의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만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연 2%대 금리로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은 올들어 8월까지 3조3693억원 공급돼, 이미 지난해 실적(2조948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해당 상품의 1인당 대출 한도를 지난 7월부터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올해 4조561억원이 공급된 적격대출도 30대가 48.7%, 20대가 6.1%를 받아갔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과거와 달리 20~30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의 미래 소비 기반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대한 빚을 짊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돈을 벌더라도 소비에 쓰지 못하고 빚 갚는 데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의 주축 세대인 만큼 이들이 빚 상환에만 매달리면 경제 성장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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