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성공하려면 내게 복종해”… 성관계 강요 당한 신입 BJ의 눈물

준강간 등 혐의 20대 남성 BJ 피소
실제 위력관계 이용 부당 요구 많아
노출 거부 살해 40대 징역 30년 확정


많은 시청자를 둔 유명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신입 여성 BJ에게 ‘합동방송(합방)’을 대가로 성폭행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청자 수가 수익과 직결돼 초보 BJ들은 영향력 있는 BJ의 말을 거부하기 힘들다. 유명세와 시청자 수가 오프라인에서의 ‘권력 관계’로 연결돼 범죄 발생의 배경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부천오정경찰서는 여성 BJ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준강간, 감금 등)로 20대 남성 BJ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검토 중”이라며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막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B씨 채널에서 ‘합방’을 촬영한 뒤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씨는 인터넷 방송 진행을 통해 연 4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제 막 인터넷 방송에 뛰어든 5개월차 신입 BJ다.

BJ들은 A씨처럼 유명 BJ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강요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BJ C씨는 “소위 메이저 BJ와 합방을 하고 나면 시청자 수가 기본적으로 1000명 이상 급증한다”면서 “시청자 수가 결국 별풍선으로 이어져 수입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합방 상대인 여성 BJ를 선택해 출연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유명 BJ에게 주어져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A씨 변호인도 “남녀 BJ 사이에 형성된 갑을 관계가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당일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나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본인 시청자들에게 신입 BJ를 상대로 ‘보복’을 지시하는 등 괴롭힌 BJ도 있다. C씨는 “무리한 요구라도 즉각 따를 수밖에 없는 건 유명 BJ들이 시청자를 상대로 일종의 ‘정치질’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구독자를 다수 확보한 BJ가 신입 BJ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흘리면서 평판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BJ가 여성 신입 BJ를 상대로 진행한 ‘비서 콘텐츠’ 방송에서는 만두와 식초, 까나리액젓, 꽁치, 단무지를 갈아서 먹도록 하는 영상이 노출되기도 했다. C씨는 “신체를 노출하라는 요구가 빈번한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요구였어도 방송 중에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거절하면 사실상 BJ 생활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은 “어린 신입 여성 BJ가 독자적으로 방송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영향력 있는 BJ가 부당한 요구를 강조하면 거절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권력 관계가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노출 방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20대 여성 직원을 살해한 40대 남성 BJ 오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씨는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1억원가량의 빚을 방송 수익으로 갚으려 했지만 실패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